여전히 시간, 장소 상관없이 문득문득 녀석이 생각나고 너무 보고 싶지만 처음처럼 내 존재가 휘청일 만큼의 아픔은 아니다. 날카롭던 아픔이 서서히 무뎌지기 시작했고 이별의 아픔에 매몰되기보다 녀석과 함께했던 시간이 잔잔한 그리움으로 피어나는 것을 보면 정말 시간이 약이란 말은 진리인 것 같다.
동네에서 길을 걷다 산책 중인 강아지들을 만나면 너무 반갑다.
견주와 산책 중인 귀여운 강아지들에 시선을 빼앗기면 가끔씩 견주분들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강아지가 몇 살인지, 아픈 곳은 없는지 묻고 헤어질 때는 건강하고 행복해라며 덕담을 건넨다
지금은 씩씩이 없이 혼자 산책 겸 운동을 하지만 나 역시 그 산책로를 5개월 전까지 씩씩이와 함께 걸었다.
씩씩이가 곁에 없다 해도 내 마음 안에서는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리움이 사무칠 때면 언제든 내 마음속 심상으로 그려 내어 뚜렷이 볼 수 있다.
또 녀석의 사진을 보며 펜으로 한 줄 한 줄 연결해 따라 그린 다음 색을 입히면 하얀 도화지 위로 녀석을 불러낼 수 있다. 이제는 실제 두 눈이 아닌, 마음의 눈으로 녀석을 본다 해도 많이 슬프지 않다.
씩씩이는 언제나 그랬듯 엄마가 부르기도 전에 응답했던 녀석이었으니, 지금도 마찬가지일 테다.
씩씩 아~. 여전히 보고 싶은 내 아들.
엄마도 남은 삶 신나고 재미있게 잘 살다 갈 테니 그곳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
엄마와 언젠가 만나자. 사랑한다.
아래 글은 씩씩이를 떠나보내고 6일째 되던 날인 2024년 3월 14일에 쓴 글이다.
씩씩이가 떠나도 남아 있는 새롬이를 위해 마냥 슬픔에 빠져 있을 수 없었다. 새롬이와 함께 있는 시간에는 엄마의 슬픔이 새롬이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최대한 마음을 다스려야 했다. 그런 다음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씩씩이와의 이별을 애도하고 마음 안에 고인 깊은 슬픔의 물꼬를 터주어 천천히 흘려보내는 작업을 수없이 반복했다.
펫로스증후군은 극복할 수 없다.
다만, 시간의 흐름과 함께 이별의 고통과 슬픔이 진한 그리움으로 서서히 대체되길 기다리며, 펫로스증후군과 함께 일상을 잘 살아나가야 한다.
펫로스 증후군과 함께 일상을 잘 살아가기 위한 여섯 가지 마인드셋
1. 강아지의 죽음이 영원한 이별이 아니다. 나도 씩씩이가 간 길을 머지않아 따라간다. 우리는 곧 다시 만나게 된다.
2. 나와 함께한 9년의 시간 동안 아팠던 8개월을 제외하고 씩씩이는 충분히 사랑받았고 매일 산책하면서 정말 행복한 삶을 살았다. 행복했던 시간이 월등히 많았다. 이게 팩트이다.
3. 내가 슬퍼하고 우울한 삶을 사는 것을 씩씩이는 절대 바라지 않는다. 씩씩이는 엄마의 행복을 정말 바란다.
4. 씩씩이가 보고 싶고 그립고 문득문득 눈물이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충분히 애도하고 슬퍼하는 시간을 갖자.
5. 진심으로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사랑했기 때문에 아픈 마음은 반드시 하느님이 치유해 주신다는 것을 믿자.
6. 8개월의 병마와 싸운 기억이 가장 최근의 기억으로 강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팠던 시기의 기억은 잠시 묻어두고 건강했던 시기에 찍은 사진이나 귀여운 영상들을 자주 보자. 과거의 씩씩이가 현재의 나를 위로하는 기적을 체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