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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현 Sep 20. 2024

강아지와 주인이 함께 나이 들어갈 때  

나이든다는건 서글픈게 사실이야!!!

이번 명절에도 새롬이를 데리고 시골집에 다녀왔다.

새롬이가 나이가 들고 병약해지면서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게 부담스럽다.

출발 전부터 오랜 시간 차 안에서 버텨줄 수 있을지 내내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잘 견뎌주었다.

강아지를 키우게 되면서 어디 이동할 때마다 인간들 짐보다 강아지 짐이 더 많다. 그나마 씩씩이가 떠나면서 짐의 양이 1견용으로 줄었지만 이번에는 미끄럼방지 강아지 매트까지 챙긴 터라 여전히 짐이 많다.


디스크 통증 감소를 위해 벌써 6주째 소염진통제를 복용 중인 새롬이.

수의사샘은 통증이 심하지 않다면 서서히 약을 끊어보자고 했다. 사실 아무리 부작용이 적은 약이라 하더라도 약은 약이다. 노견인 새롬이가 언제까지 약을 견뎌낼 수는 없기에 명절 연휴를 끝내고 단약을 시도했다.

하루 종일 약을 먹지 않은 새롬이의 상태를 유심히 관찰했다. 하지만 단순히 느낌인 건지 그전보다 산책할 때 뒷다리의 힘이 줄어든 듯 보인다. 결국 변을 보던 중에 다리 힘이 빠지면서 그대로 대변 위로 주저앉아 버렸다.


명절 동안 많은 사람들 속에 둘러싸여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 피곤함이 누적된 탓일 수도 있겠거니 하고 더 기다려 볼 수도 있었지만 후지 마비에 대한 불안감이 올라와 다시 진통소염제를 먹이기 시작했다.

'그래, 이번에 처방받아온 약만 먹이고 다시 끊어보자'라고 다짐해 본다.


사람이고 동물이고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서글프다.

아무리 '꽃중년이다, 인생은 60부터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라며 아름답게 포장해 보아도 몸의 기능이 쇠퇴하는 것까지 미화할 수는 없는 것 같다.


티브이 프로 '유퀴즈'에 김혜자 배우님이 나오신걸 우연히 봤다.

티브이에서 그분을 뵐 때마다 나 역시 나이가 들어서도 순수하고 고운 마음결을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했다.

누군가는 돈걱정 안 하고, 고생을 안 하면 누구나 고결한 인품을 유지하며 살 수 있다고 이야기하겠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그 사람의 실존, 즉 그 사람이 보여주는 표정, 눈빛, 말투, 목소리. 태도에서 지금껏 살아온 삶의 지향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아름답게 나이 들어간다는 게 무엇인지 보여주던 그분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왠지 서글픈 것이라고 했다.


아직 백세시대에 반 밖에 안 살아 젊다면 젊은 나이지만 나 역시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늘어나는 뱃살과 탄력이 줄어든 피부 위에 생긴 주름들, 흰머리, 노안 등등 아직까지는 운 좋게 의학적 병명은 피해 가고 있지만 여기저기 몸의 기관들이 이제는 힘에 부쳐 못살겠다는 듯 노화의 신호를 보내주고 있다.


새롬이도 나도 자연의 흐름에 따라 노화의 물살을 맞고 있다.

매년, 매달, 매일마다 확연한 변화를 보이는 새롬이의 시간을 관찰하다 보면 내 시간 또한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새롬이의 노화를 지켜보며 인간에 비해 짧은 견생을 보내는 녀석의 운명이 한없이 안타깝다가도 우주적 관점에서 본다면 내가 100년을 살건 새롬이가 15년을 살건 오십보백보일테다.  


늙어간다는 건 서글프고 애석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마냥 슬퍼만 하기엔 남아있는 내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한편 시간의 유한함을 인식하기 때문에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내 일상도, 녀석과 함께하는 순간도 더 소중하게 애틋하다.


오늘은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그렇다고 녀석과의 산책을 포기할 수 없다.

빗소리가 새롬이의 세상을 활짝 열어줄 거라 믿으며 우산 쓰고 걸음마 산책 나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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