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롬이가 다발성디스크로 인한 후지 weakness로 진통소염제 약물 치료한 지 4주째에 접어든다.
처음 우려와 달리 4주째 약물치료부터 확실히 통증이 줄어든 모양새다. 걷거나 서있기만 해도 뒷다리 근육의 떨림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주저앉지 않고 걸을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
새롬이가 아플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새롬이의 마지막, 최후를 상상하게 된다.
아무래도 마음의 준비를 하면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무의식적 방어기제 같다.
그렇다 보니 새롬이가 아픈 징후가 보이면 온 세상 시름을 다 짊어진 거 마냥 마음도, 몸도 무겁다.
씩씩이를 떠나보낸 지 이제 6개월 갓 넘은 상황인지라, 아직도 그때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겠지만 사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자나도 새롬이와의 이별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어째 감정이나 마음의 고통, 아픔에는 면역이 생기지 않는 걸까,
면역은 고사하고, 매번 이별할 때마다 날카로운 칼에 보드라운 새살이 베이 듯 아프다.
이럴 때는 정말이지 감정선택 버튼이라도 장착되어 내 마음과 감정을 기계 다루듯 자유자재로 선택할 수 있다면 좋겠다. 오늘은 우울해지기 싫으니 기쁨 버튼, 내일은 좀 센티해지고 싶으니 감수성 충만 버튼, 그다음 날은 마음에 안 드는 사람과 결판 지을 일이 있으니 전투력 상승 버튼 등등....
기쁘고 즐거운 감정은 에너지를 가뿐히 올려주어 행복감과 충만함을 가져오지만 강아지가 아프면 긍정적 감정은 스며들 공간 자체가 없다. 그럴 때면 부정적 감정이라는 너울에 치여 내 안의 빛은 정전상태에 이른다.
또 내일 일에 대한 고민은 사치다. 단지 오늘만 숨 쉬고 살아내기도 버거워진다.
부정적 감정도 쓸모가 있으니 일어나는 감정일 텐데 당장 마음에게는 환영받지 못한다.
새롬이가 아플 때마다 올라오는 감정을 살펴보면 두려움, 걱정, 무기력, 불안, 우울 등의 대부분 부정적 감정이다. 이 부정적 감정들로 인해 나는 모든 신경을 새롬이에게만 집중하게 된다. 또 새롬이와의 마지막을 떠올리게 만들어 녀석과 보내는 하루가 애틋하고 더 소중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별로 인한 고통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다.
만남은 이별을 전제로 하고, 모든 생명체는 언젠가 지구별을 떠나기 마련이다.
문제는 머리로는 알겠는데, 가슴은 그 사실을 쉬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꾸만 밀쳐낸다.
현자가 보면 어리석은 중생이라 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아무리 잘난 척, 센 척, 단단한 척해보아도 난 어리석은 부족한 인간일 뿐이다.
다행히 지금 새롬이는 매일 약물치료와 하루 두 번 원적외선 치료를 받으며 서서히 컨디션을 회복 중이다.
디스크가 완치될 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통증 없이 걷고 걸음으로서 대소변을 가릴 수 있는 게 어디인가.
그렇다. 오늘 하루만 생각하자.
근심걱정은 하루치만 하고, 오늘 하루 온전하게 잘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자.
그것 외엔 방법도 없지만, 그래야만 하늘에서 부여한 내 생명의 기간을 온전히 채울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