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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마의 명물, 소스 가쓰동

by 어떤 하루

사실 이렇게 말하면 죄송하지만, 군마는 일본 내에서 입지가 좁은 편이다. 관동지방으로 도쿄와 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국 관광 순위로는 하위를 차지하기 마련이다. 남들은 한번 갈까 말까 하는 지역이지만, 무슨 인연인지 일 때문에 두 번이나 방문한 적이 있다. 그리고 남편이 학창 시절을 보내기도 한 곳이라서 나름 우리 부부에겐 추억이 깃든 장소이기도 하다.

결혼하고 딱히 신혼여행을 가지 않고 그냥 그때그때 가고 싶은 곳을 함께 여행하자고 정했는데, 남편의 추억이 깃든 과거의 장소들을 함께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여행지를 군마로 정해보았다.

도쿄역에서 신칸센으로 40분 남짓. 군마의 중심지인 다카사키로 이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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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사키역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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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시작은 식사. 군마의 명물인 소스 가쓰동을 먹기로 하였다. 남편이 옛날에 먹으러 온 적이 있다는 가게를 굳이 굳이 찾아냈다. 왜냐, 이번 여행은 추억을 공유하는 여행이니까. 입구부터 현지 맛집 분위기가 물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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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랬다, 맛집은 메뉴가 많지 않다고. 대표 음식 하나로 승부하는 법이라고. 이 집도 대표 음식인 소스 가쓰동으로 승부하는 가게였다. 주방에도 한번 튀겨둔 돈가스와 양념이 담긴 냄비가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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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소스 가쓰동 등장이오. 가쓰동 하면 밥 위에 먹기 좋게 썰은 돈가스를 얹고 그 위에 달걀로 마무리하는 게 보통이지만, 소스 가쓰동은 썰어주지 않는다. 달걀도 없다. 밥에 마법의 소스를 뿌린 후, 돈가스 3점을 얹은 게 끝이다. 일반 가쓰동과 달리 돈가스의 바삭함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게 특징인 것 같다.

그런데 왜 이 동네 사람들은 일반 가쓰동이 아닌 소스 가쓰동을 먹는 걸까. 달걀을 풀지 않는 것은 이 동네 사람들이 성격이 급하기 때문에 달걀 없이 먹는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진짜인지는 모르겠다. 달짝 짭조름한 소스를 좋아하는 건, 아마 군마라는 지역이 여름에는 전국에서 최고 기온이 관측될 정도로 덥고, 겨울에도 폭설이 내릴 정도로 춥기도 한 환경 탓에 강한 맛을 선호하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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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반찬이 없기 때문에 밥을 잘 배분하여 먹는 센스가 필요하다. 아주 귀한 손님인 돈가스 3점. 안 그럼 마지막에 밥만 남는 아주 슬픈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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