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불편

풍요가 항상 편안함으로 이어지는건 아니다

by 수인살롱

평소에는 퇴근 후 바로 수영장을 가기 때문에 저녁을 먹지 않고 물에 들어간다. 배가 고프면 간단한 간식으로 허기를 달래고 운동을 한다. 살짝 배가 고플때 오히려 몸이 가볍고 호흡도 안정적이다. 오늘은 오후에 일정이 있어서 일찍 퇴근을 했다. 방학이라 시간 여유가 많은 딸과 함께 시내에 나가서 볼일을 보고 저녁 외식을 했다. 백화점 지하 푸드코트에 다양한 메뉴가 많아서 뭘 먹을지 한참을 행복한 고민을 했다. 결국 우리는 갓 지은 솥밥이 나오는 한식을 골랐다. 갓지은 솥밥은 찰지고 맛있었다. 살짝 누른 누룽지에 물을 부어서 숭늉까지 만들어 한그릇 뚝딱 먹고 나니 배가 터질듯이 불렀다. 저녁을 배불리 먹고 수영장에 갔고, 맛있는 음식을 천천히 씹어 넘길 때까지만 해도 하루의 만족이 완성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물에 들어가자 상황이 달라졌다. 배 속에 가득 찬 음식이 몸을 무겁게 눌렀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속도로 움직이는데도 유난히 호흡이 가쁘고 힘들었다. 숨이 가슴 위쪽에서만 맴돌았다. 몇 번의 턴을 지나자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맛있게 먹은 저녁은 순식간에 불편으로 변했다. 몸은 지금 이 상태가 정상은 아니라는 신호를 계속해서 보냈다.


맛있게 먹은 밥이 독이 될 수도 있구나 싶었다. 부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더 채우는 선택은 언제나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미 충분한데도 혹시 모를 아쉬움을 없애기 위해 더 채우는 행동은, 결과적으로 몸과 마음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오늘 한번 더 직접적으로 경험했다. 풍요가 항상 편안함으로 이어지는건 아님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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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이 편안해질수록 정신은 느슨해진다. 충분히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주 사소한 결핍만 생겨도 불평불만을 먼저 떠올린다. 이미 채워져 있는데도 더 원하지 않으면 손해 보는 것 같은 조급함이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오늘의 배부른 수영은 그런 정신상태를 몸으로 체감하게 했다. 과한 만족은 긴장감을 잃게 만들고, 긴장감이 사라진 자리에 불만이 슬며시 들어온다.


약간의 결핍은 필요조건인지도 모르겠다. 살짝 모자란 상태에서 움직일 때 몸은 예민해지고 마음은 현재에 집중한다.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고마운지, 편안하게 숨 쉬는 순간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게 된다. 오늘의 배 불러서 불편했던 수영은 풍요를 누리는 법을 모르면 만족을 키우기보다 오히려 행복을 갉아먹는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적당한 불편과 약간은 모자란 상태로 일상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지혜를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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