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 후반의 나에게 결혼이라는 것은 이제는 크게 먼일로 느껴지지도 않는다. 사실, 그렇다고 한들 그렇게 가깝게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현재 만남을 이어가며 결혼 이야기가 오고가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주변에서 결혼을 간 친구들도 대부분은 아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렇게 나만의 머릿속에서 결혼이라는 단어를 끄집어 내어 결혼이 무엇인지 어떠한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하는지 또 나는 어떠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또 가끔은 내가 어떠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걸까? 결혼을 위해서?
인생 1회차인 나는 이렇게 겪어 보지 못한 결혼에 대한 마인드 맵을 열심히 펼치고 있었다.
그래도 연애부터 하려면 어느정도는 나의 스타일은 되어야 만날테고, 또 대화가 잘 통해야 하고 가치관이 비슷해야 하며, 소비 습관과 가치관도 맞으면 좋겠고, 시부모님도 마음에 들면 좋을 것 같고
살펴 보아야 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사실, 모든걸 제치고 마음부터 가는 사람이 없었다.
문득, 엄마가 거실에서 나를 부르는 횟수가 잦아들자
이런 생각을 했다.
'아, 결혼은 이거구나. 같이 사는거.'
코로나로 인해 몇일 간 계속 붙어 있던 우리 모녀지간은 밀린 청소를 한답시고
계속 손발을 맞추며 집안일을 했다.
나는 이쯤하고 방에와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은데, 바깥에서 들리는 노동의 의성어 소리에 또 마음이 안쓰러워 나가서 도와주고 하다 보니 하루가 금세치 지나갔다.
평소에는 매일 일을 하고 학교를 가거나 나도 일을 갔기 때문에 이렇게 오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주말에도 일을 하는 엄마였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이렇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일주일 내내 붙어 있으니 결혼이라는 것이 이런거구나. 라고 뇌리에 확 꽂혀 버렸다.
왜 그런말이 있지 않은가?
결혼이 뭐냐고 물었을 때
너무 사랑하는 남자친구,여자친구랑 집데이트를 하고 있는데 나도 이제 개인시간을 가지고 싶은데 본인 집에 안가고 계속 같은 집에 사는 기분 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그런데, 그 말이 정말 사실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같이 살면서 부딪힐 일이 참 많겠구나.
어떻게 해결을 하는지, 라이프 스타일은 어떠한지 이 모든걸 재치고 결국에는 처음부터 맞는 사람은 없다는 것
따지고 따지다 보면 고려해야할 사항들만 늘어난다는 사실.
그렇다. 결혼은 평생의 룸메이트와 함께 지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