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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소로 Oct 10. 2023

두번째 글의 예고, 광화문 D타워.
그리고 지속의 이유


대답 없는 메아리에도 다시 돌아온 편집자입니댜옹. 

다시 돌아온게 믿기지가 않네요. 이렇게 힘이 쭉 빠지고 난 하루의 끝에서 돌아왔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서울 건축 리뷰의 역사적인 첫번째 글로 계동 이잌에 대해서 이야기 해봤습니다. 몇일 전인지 기억도 안나네요. 분명히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하고 썼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책을 읽다가 한 문장에 심장에 와서 콱 박혔습니다. 아니 심장을 콱 물었다고 해야할까요. '인문학 전공자들은 정말로 가치있는 것들을 가지고 있지만 읽히지 않는 글을 쓰기때문에 아무런 쓸모가 없어진다'는 말이었습니다. 


제가 바로 그 쓸모없는 인문학 전공자입니다. 문학을 전공했고요, 또 건축학 석사를 전공했습니다. 저 문장을 쓴 사람은 티모시 모튼이라는 라이스 대학 인문대학 교수입니다. 요즘 학계에선 제일 핫하다는 스타중에 스타입니다. 마치 브런치에 글을 쓰듯이 난다하는 출판사에서 책을 찍어내고 있습니다. 펭귄이나 Routledge같은 출판사들 말이죠. 어찌됐건 그분의 그문장을 읽고나서 공감이 됐습니다. 그리고 뭔가 긁혔습니다. 제 앞밤바에 길게 흠이 났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인문학 전공자인데다 읽히지 않는 글을 쓰는데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화가나서 반말이 다 나오네요. 아니, 화가난다기보다 정곡을 찔려 당황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읽히지 않는 글을 쓰는걸 멈출수가 없게 됐습니다. 너 읽히지도 않는 글만 줄창 쓰는 인문학 전공자지? 하고 약올리듯 물어보는 교수자식의 한마디에 자판을 떠나는건 용납이 되지가 않아서입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읽히지 않는 글, 그거 천편은 쓰고 죽어야 고개를 들고 죽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비장하게 쓰니까 읽히지 않는다는걸 알지만 비장하게 태어났는데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비장하게 태어나놓고 일부러 가볍게 사는것만큼 바보같은 짓이 있을까요. 읽히지 않는 글이라도 가치가 있다 그런 생각으로 그냥 써야겠습니다. 한분이라도 읽는분이 있다면 제가 IP를 추적해서라도 딱밤을 때릴 예정이니 여기서 멈추시길 권유합니다. 저는 끝까지 읽히지 않는 글을 쓰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말도 안되는 이유로 서울 건축 리뷰의 편집자 자리를 좀 더 지키기로 했습니다. 운영자 가소로씨를 봐서는 좀처럼 들지않던 마음이 티모시의 글 한마디에 타오르는건 왜일까요. 물론 그런건 중요치 않습니다. 중요한건 서울 건축 리뷰만큼 읽히지 않을 글도 없다는 것입니다. 요즘 누가 글을 읽나요. 요즘 누가 건축을 부동산 이상으로 생각하나요. 집을 지어도 눈탱이 맞기보다 혼자서 공부해서 설계하는 사람이 오히려 많은 건축입니다. 그러니까 건축가에게 적정 가격을 지불하고 집을 짓는게 곧 눈탱이 방탱이되는 것과 다름없이 인식되는 시대니까요. 그러므로 진짜 건축에 대해서 쓴 글이 읽힐 가능성이란 벼락을 몇번 연속으로 맞을 확률과 겨뤄볼 정도일 듯 합니다. 


두번째 글은 광화문 D타워에 대해서 쓰기로 했습니다. 별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하라 디자이너가 사진을 찍어둔 두번째 건물이 D타워라고 합니다. 저 역시 나름대로 쓸거리가 있는 건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광화문에 차고 넘치는 네모난 고층 빌딩이지만 여느 네모 고층 빌딩과는 차이가 좀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성인도 아니면서 성인인척하는 사춘기 소년같은 면이 있습니다. 혹은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이미 머리가 하얗게 쉰 노인이면서 중년, 심하면 청년인줄 착각하는 노신사 같다고도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또 제대로 그런척을 하면 청소년도 어른인줄 깜빡 속기도 하고, 노신사도 청년처럼 펄떡이는 에너지를 내뿜기도 하더라고요. 


아무도, 그 누구도, 절대로, 어떤 일이있든 두번째 글을 기대하지도 읽지도 마세요. 서울 건축 리뷰는 독자 없이, 쓸쓸히, 홀로, 읽히지 않으며 발행되는 매거진으로 끝을 맞을거니까요. 이런 글 읽을 시간에 D타워 가서 맛있는 식사를 즐기시길 바랍니다. 먹는게 남는거 아닌가요. 공간은 읽는게 아니라 그 속으로 들어가 하나가 되는 거 아닌가요. 


편집자 세라, 디자이너 하라, 틈에 낀 운영자 가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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