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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소로 Oct 12. 2023

광화문 D타워:
둥글게 둥글게 링가링가

분명히 이럴줄 알았습니다. 한편 겨우 쓰고는 흐지부지 될거라고요. 두편째를 쓰겠다고 해놓고도 문장이 도저히 만들어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핑계의 문장으로 서두를 장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몰라도 어디 부산 뒷골목에서나 마주칠만한 깡패 한분이 집앞으로 찾아왔습니다. 누구시냐고 물었더니 그런건 알것없고 글은 어떻게 됐냐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쓰고있다고 답했습니다. 깡패분은 쓰는 과정을 좀 지켜봐도 되겠냐고 물으셨습니다. 제 의견이 어찌됐건 답은 정해져있는 질문이었습니다. 


때로는 이렇게 강압적으로 일을 진행하는게 효과를 거둘때가 있습니다. 물론 오늘 찾아오신 깡패분은 좀 남다르긴 했지만요. 그분은 파인딩 포레스터라는 오래된 영화를 얘기했습니다. 거기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고요. 생각은 나중에하고 일단은 리듬에 따라 경쾌하게 타이핑을 하는게 먼저다, 하고요. 저는 그 시절에도 키보드가 있었냐고 물었습니다. 꽤 오래된 영화로 알고있던터라 타이핑이 아니라 연필을 눌러 써나가는 식이 아니었을까 싶었던겁니다. 답은 들을 수 없었지만 제 키보드는 저에게 많이 두들겨 맞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그분에게 두들겨 맞는대신 제가 키보드를 두들겨 패기를 택했다고 봐야겠죠. 


이렇게 폭력의 대물림에 동참하고 싶지는 않지만 적어도 살아있는 생명체에게 폭력 돌려막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 만족해야겠습니다. 그렇게 세게 때린것도 아니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강압, 폭력, 위압감 이런것들은 다 어감부터 좋지가 않습니다. 그 깡패분의 풍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90정도는 돼보이는 신장에 매일 삼시세끼 한끼도 거르지 않고 육류를 드신건지 온몸에 질좋은 생고기를 재고 다니는 듯한 다부진 체격이었습니다. 꺼먼 양복을 아래위로 빼입고 심지어 셔츠까지 거무티티한거로 맞춰입어서 무슨 저승사자가 날아오는줄 알았습니다. 이런식으로 문단 바꿈을 하고싶진 않지만 눈치 빠른분들은 여기서 건물얘기로 넘어가겠거니 하고 감을 잡으셨을 겁니다. 


덩치크고 위압감 쩔어주는것 치고 고층빌딩만한게 없습니다. 그 깡패분도 스카이스크레이퍼 앞에서는 피래미보다 못한 미물이 되고마니까요. 커다란 빌딩. 초고층 빌딩은 확실히 20세기 건축을 상징한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뉴욕에서 아무리 고개를 쳐들어도 마천루의 위용이 하늘을 가릴뿐이라는 얘긴 어디서든 한번은 들어보셨을겁니다. 이런 고층 빌딩들은 특이하게도 그 깡패새끼처럼 위아래 한벌로 깔맞춤 하길 좋아합니다. 발끝에서부터 머리통까지 온총 새까맣게, 그냥 쭉 치닫는 식입니다. 이를테면 바닥부터 반짝이는 유리로 뒤덮인 외벽이 건물 꼭대기까지 똑같은 사이즈, 똑같은 패턴으로, 똑같이 이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높은층이나 낮은층이나 겉으로 보면 아무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꼭 물리학같지 않나요. 어디에서든 똑같이 적용되는 수학적인 법칙같은걸 만들어내는 식이니까요. 물론 그래서 편리하고 그래서 보편적인 가치를 지니는 것이지만 그만큼 지루한것도 사실인것 같습니다. 우리집에서 적용되는 물리법칙과 친구집에서 적용되는 물리 법칙이 다르면 얼마나 재밌을까요? 아마 그렇다면 우리는 나이를 먹은 뒤에도 친구집에 훨씬 더 많이 놀러다니게 될지도 모릅니다. 재밌기 때문이죠. 


자 이제야 비로서 광화문 D타워 이야기를 할때가 왔습니다. D타워는 고층빌딩 치고 좀 별종입니다. 이친구는 대형 빌딩치고 좀 잡종이라고 보는게 좋겠습니다. 그렇게 위압감이 없어요. 다른 고층건물들은 거대한 유리 막대기 같기도 하고, 굵직한 쇳덩어리 같기도 해서 보는사람을 쫄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런데 D타워는 그냥 조약돌 몇개 대충 쌓아놓은것 같은 모양새입니다. 약수터에 요즘도 소원을 빌면서 삐죽빼죽 쌓아놓는 돌탑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중간에 하나 툭 밀치면 와르르 무너질것 같은 모양새죠. 


D타워를 자세히 살펴보면 좌우 두덩어리로 나눠진 것 외에도, 한 건물이 총 네덩어리로 구분되어 있는걸 알 수 있습니다. 맨 위와 맨 아래에는 유리로 덮힌 덩어리들이 있고, 그 사이에 두덩어리는 밝고 어두운 갈색으로 뒤덮힌 덩어리들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덩어리들이 조금씩 어긋나게 쌓여있는 바람에 어딘가 어설퍼 보입니다. 춤도 그렇고 건물도 마찬가지로 자고로 칼각이 킬포이건만 이 건물은 그 킬포를 싸그리 개나준것 같네요. 그렇게 살짝씩 어긋난 모서리와 꼭지점들을 보면 또 가관입니다. 날카롭게 직각으로 모서리를 다듬어놓은게 아니라 어디 날씨좋은날 한강에 쳐놓은 텐트처럼 둥그스름하기 때문입니다. 


아주 그냥 둥글둥글 사람좋아 보이는게 깡패에게 털리기 딱좋은 인상입니다. 이렇게 포스없는 고층빌딩은 또 처음입니다. 보통의 고층빌딩이 러시아 불곰이라면 D타워는 동그란게 곰돌이 푸우같습니다. 그래도 보는 재미는 있어서 다행입니다. 꼭대기는 유리, 그아래는 불투명한 밝은 갈색 돌덩이, 그 아래는 더 짙은 갈색 돌덩이, 그 아래는 다시 수미쌍관인지 뭔지 유리로 뒤덮힌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보다 더 뚜렸하게 구분이 됩니다. 보편적인 물리법칙? 따위는 없이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식의 로컬 공간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니까 D타워는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고층빌딩의 전형을 의도적으로 벗어나는 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이 써버렸습니다. 시작은 깡패분의 위협으로 했지만 쓰다보니 이만큼이나 쓰고 말았네요. 너무 길어서 죄송합니다. 너무 열심히 쓰지는 않기로 했는데 말이죠. 열심히 하면 힘드니까요. 좀 둥글둥글 사는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D타워처럼요. 






Modernist

Big buildings. Skyscraper. 

Monolithic. 

right angle, sharp. 

Seamless.

Glass, transparency. 

Disappearing materiality. 


#Multiplicity. / fragments

Smaller boxes. not smooth, Seams exposed. 

adjacent faces out of joint, slightly. 

Material change between different chunk, color change 


matt opaque box with small cute windows in regular grid between two glass boxes, one on top the other at the bottom. 

crack or gap between each boxes. 


#Grid - earthly. 

Regular, flat cartesian grid. uninterrupted. Infinity. Abstract space. typically found in skyscraper. homogenous.

but here interrupted by different materiality, earthly perceptive characteristics. 


ideal or realistic/contextual

whole or fragment

abstract/conceptual or concrete/perceptual

homogenous or heterogenous 

singular or multitudinous

sharp edge or round edge

unity or diversity

transparent or opaque

regular or irregular

Similarity or difference


-- so not overwhelming, cold, but cute and warm and friend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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