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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소로 Oct 21. 2023

정독 도서관 소담정:
지붕의 픽쳐레스크

세번째 리뷰.


세번째 리뷰로 돌아왔습니다. 한번하고 끝내려던게 어떻게 저떻게 세번째 리뷰까지 왔군요. 정독 도서관 덕분입니다. 디자인을 담당하는 하라의 휴대폰에 도서관 사진이 꽤 여러장 들어있었습니다. 그래서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북촌의 도서관을 사진만 보고 기억에 의존해 리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정독도서관은 건물도 건물이지만 여유롭게 거닐 수 있는 정원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그래선지 책을 읽으러 오는 사람들 만큼이나 북촌에서 데이트를 즐기면서 산책을 하러오는 연인들이 많기도 합니다. 그런 이유로 도서관의 정원을 중심으로 리뷰하려던 마음을 고쳐먹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아름다운 곳에서 데이트를 해본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루저의 변심이랄까요. 그 대신 정면에서  바라보는 도서관 오른편 후미진 곳에 자리잡은 구내식당 건물에 초점을 두고 리뷰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후미진 삶만큼 후미진 건물역시 나쁘지 않다는걸 보일수 있을가요.


소담정이라고 불리는 정독 도서관 구내식당은 도서관 건축물 중 유일하게 지붕을 드러내는 건물입니다. 도서관 본관은 모두 모더니즘 특유의 평평한 지붕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아래에선 보이지가 않습니다. 네개층의 복층 구조라 높기도 하고요. 하지만 소담정은 1층 짜리로 아주 소박한 건물이고, 지붕은 평면이 아니라 경사진 두개의 면이 마주보는 구조입니다. 주로 박공식 지붕, 혹은 게이블 루프라고 불리는 아주 흔해빠진 지붕입니다. 시대가 좋아지고 기술이 발달해서 지붕을 평평하게 만들어도 물이 (거의) 새지 않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건물이 이렇게 경사진 박공지붕으로 지어질 수 밖에 없었겠지요. 

소담정은 외부만큼 내부 공간 역시 정말로 클래식하고 단순합니다. 탁 트인 하나의 방으로된 건물이기 때문입니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보면 도서관 본관에 비해서는 작아보이던 공간임에도 한눈에 담기 어려울정도로 큰 탁 트인 공간이 나옵니다. 이렇게 큰 공간인데도 한켠에 분리된 조리실을 제외하면 공간을 구분짓는 벽이 하나도 없습니다. 작은방이 없는 거대한 하나의 방인거죠. 대부분의 공간엔 옛시절 생각나게하는 식당 테이블이 규칙적으로 놓여있습니다. 밥도 맛있어요. 싸기도 합니다. 역시나, 그래서인지 데이트하는 커플들도 간간이 눈에 들어옵니다. 커플이 보이기 시작하면 밥을 서둘러 먹고 나오게 됩니다. 


특히 여름철 저녁을 먹고 나와서 바라보는 소담정 지붕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회색빛의 지붕 타일들이 겹겹이 겹쳐서 놓여진게 아주 정갈한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이 건물 자체를 정식으로 픽쳐레스크 양식으로 명명할 수는 없을겁니다. 하지만 건물이 나무등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풍경을 보아하면 한컷 사진의 아름다움을 위해 설계된 픽쳐레스크라고 우기고 싶을만큼 지붕과 하늘의 조화는 멋집니다. 영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픽쳐레스크는 말하자면 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인스타 건축의 시초라고 볼 수도 있겠고, 그런만큼 요즘 건축이론가들에겐 비판을 많이 받기도 합니다. 그저 보기좋은 그림일 뿐이라고요. 그래도 식후에 낙낙하게 부른배로 바라보는 소담정은 정말 좋습니다. 데이트하는 커플 부럽지 않을 정도일 겁니다. 


yo 편집자 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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