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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소로 Oct 28. 2023

지난 리뷰에 대한 반성과
다음편 예고: 공간 사옥

서울 건축 리뷰 (SeRA) 운영자입니다. 딱 일주일전 세번째 리뷰가 발행됐습니다. 이번에는 정독 도서관 구내식당인 소담정 건물을 다뤘습니다. 다만 편집자와 글에 대한 의견차이로 인해 충돌이 좀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네번째 글에대한 논의가 늦어지게 됐습니다. 물론 많은 기대는 하지 않으실 것으로 예상합니다만, 기대하신 분이 있었다면 이번 글을 빌어 양해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좀더 나은 리뷰를 위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으로 생긴 일이니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운영자로서 보기에 소담정에 대한 편집자 세라의 글은 초심을 송두리째 잃어버렸습니다. 엑프레시스, Ekphrasis 기억하시나요? 어떤 대상에 대해서 객관적 관찰과 묘사에 기반한 글을 말합니다. 이렇게 있으나 마나한 말같은 말이 있다는건 말하자면 그게 쉬워보이지만 쉽지만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편집자는 지난번 글로써 그 희생양이 되었고, 좋은 반성적 사례를 제공하고 말았습니다. 고작 세편만에 그렇게 되고 말았던 것이지요. 그래서 운영자로서 마음이 편치않아 마찰을 감수하고 대화를 나눴습니다. 



제 생각은 이랬습니다. 독자들께선 그 누구도, 편집자 당신의 개인사에 대해선 관심이 없을거다. 당신이 소담정에서, 혹은 북촌에서 데이트를 해봤든 해보지 않았든, 관심이 있을리 없다. 당신은 셀렙이 아니다. 당신은 이름없고 얼굴없는 익명의 고양이 편집자에 불과하다. 흰털이 보슬보슬한, 무표정의 고양이에 불과하다고요. 한마디로 소담정 건물과 건축적 형태 그 자체에 대한 내용보다 편집자의 사적 경험과 주관적 감상에 대한 내용이 지나치게 많았던 것이지요. 


화난건 아닙니다 (좌: 운영자 / 우: 편집자)


편집냥께선 그 이후로 몇일간 자취를 감추셨습니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네번째 글의 원고를 보내왔습니다. 세번째 정독도서관 선정 과정에서 잠깐 고민했던 공간 사옥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저는 다짜고짜 남들 다 쓰는걸 왜 또 골랐냐, 어디 교수들보다 잘 쓰지도 못할걸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쓴거냐, 정신을 덜차렸냐... 하고 따지려다가 잠시 주춤했습니다. 유명한 건물인만큼 저 역시 이런저런 비평글을 읽어봤지만, 세라의 글은 그들과 좀 달랐기 때문입니다. 


편집자는 네번째 글을 통해서 공간사옥의 역사적인 의의나, 건축적인 가치 따위를 교과서처럼 나열하고있지 않았습니다. 한글로는 마땅한 번역어가 없는 Aperture 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구멍을 일반적으로 일컫습니다. 건축에서는 창문이나 문에 해당하겠죠. 네번째 글은 공간 사옥의 창문과 문의 형태에 주목해서 건물의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가는 과정을 분석적으로 바라보는 글입니다. 어찌보면 아주 국지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편협한 글이라고 보는 분이 계실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그 나름대로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글이 좋다고 봅니다. (적어도 세번째 소담정 글보다는 훨씬이요.) 이 유명한 건물이 어떻게 감각적으로 체험되는지를 작고 세부적이지만 명명백백한 근거 아래 기술해주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이런 작은 부분은 보통 자세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막상 방문하더라도 놓치기 쉽습니다. 일상 속에서 뻔히 바라보면서도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게 해주는 글이 좋은글 아닐까 합니다. 물론 판단은 전적으로 독자 여러분에게 달렸습니다. 글 역시 개개인의 지적 체험이니까요. 글은 국/영문 두가지 버전으로 발행되겠지만 그리 길지는 않을겁니다. 3-4분 남짓이겠지만 아깝지 않은 시간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운영자 가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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