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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소로 Nov 10. 2023

고요한 관찰 그리고 다섯번째 예고: MMCA 서울관

서울 건축 리뷰의 디자이너로서 쓰는 첫번째 글이다. 때로는 피치못하게 늦게까지 깨어있어야 할 때가 있다. 무리해서 좋을게 없다는걸 알면서도 가끔씩은 그래야 할 때가 있다. 최근들어 운영자도 편집자도 모두들 어딘가에 쫓기는 듯한 느낌이다. 작은 행동이나 말투를 유심히 보면 평소보다 아주 조금 과장된, 지어낸듯한 느낌이 있다. 그 순간 진짜 자신의 말이 아니고, 행동이 아닌것을 말하고 행동할때 생기는 일이다. 무슨 일인지 지난주 글을 올린뒤로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데도 글을 쓸 생각이 전혀 없어보인다. 대체로 조용한 관찰자로 지내는 입장에서 평소와 달리보이는 친구들의 모습에, 취미도 실력도 없는 문장을 쓰기에 이르렀다. 


가능하면 사람들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 앉아서 조용히 풍경을 관찰하다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도 한다. 평일 오후 LA 대성당에 혼자 앉아있다보면 내 스스로의 심장 박동에 따라 눈앞에 펼쳐진 모습이 미세하게,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박동에 따라 규칙적으로 성당의 의자들과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창문의 모습이 파르르 떨린다. 술에 취했을때나,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복받칠때 눈앞의 풍경이 왜곡되는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평상시에도 눈에 보이는 세계가 흔들리는걸 보면 데카르트 같은 철학자들이 했다는 의심들도 이해가 된다. 과연 눈앞의 세계에 고정된 실체가 있는건지, 그걸 보는 나 자신은 또 정말 존재하는건지에 대한 의문을 품는게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고요하게 앉아서 바라보면 세계가 흔들리는 마당에, 건축물이라고 흔들리지 않으란 법이 없다. 구조적으로 미세하게 흔들리는거야 당연한 일이고, 가만히 바라보다보면 뜻밖의 모습을 발견해 놀라게 될때도 많다. 그냥 네모 반듯하게만 봐왔던 국립 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물이 그랬다. 네모난 모양만 봤지 그 네모가 어떤 껍질로 쌓여있는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구건물의 리모델링과 새로운 공간의 신축을 병행해서 지어진 국현 건물은 건물 덩어리마다 조금씩 다르 소재로 포장되어 있다. 하지만 오래된 벽돌건물을 제외하면 모든 신축된 건물 외관이 세로로 긴 타일로 마감되어 있다. 가로로 긴 타일로 만들어진건 오로지 벽돌식 구건물 뿐이다.  다섯번째 리뷰는 국립 현대미술관 신관 건물 외관에 대해서 써보기로 한다. 세로로 긴 타일들에 대한 글이 될것이다. 


 디자이너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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