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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소로 Dec 17. 2023

서리풀 보이는 미술관 공모 당선안 리뷰 1

서리풀 보이는 미술관 당선안이 발표됐습니다. Herzog de Meuron 이제 아마 1-2주정도는 지났을 겁니다. 오늘은 그들이 발표하면서 보여줬던 자료, 그리고 경쟁심사에 공식적으로 제출한 자료을 이미지 위주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여섯팀의 국내외 스튜디오의 발표중에서 오로지 이들만 영상이라는 형식을 활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자료가 정지된 이미지의 형태였던 겁니다. 공간은 3차원적이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체험하는 식으로 인식됩니다. 그런데 이런 공간을 2차원의 정지된 그림 한장으로 표현하는게 가능할지부터 생각해봐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림을 한번 봅시다. 아래에 보이는 그림은 건물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섹션입니다. 섹션이라는 포맷은 실제로는 닫혀있는 건물의 내부를, 마치 중간을 칼로 절개해서 열어젖힌 것처럼 보여주는 건축 이미지의 일종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우선 건물의 벽과 바닥과 지붕의 절단면이 까만색으로 색칠되어 있습니다. 그 내부에는 각 방들이 어떤 가구와 사물들로 채워지는지, 어떤 활동이 일어나는지 알려주는 것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외부에는 건물의 주변 환경이 그려집니다. 


여기서 재밌는건 절단면과 내부, 외부 - 이 세가지 요소들이 그려진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겁니다. 절단면은 그저 까맣게 색칠되어있는 선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림에서 그보다 눈에 잘 띄는 요소는 없다고 해도 무방할만큼 강하게 강조된 요소입니다. 건물 외부의 환경은 검은 선에 비하면 극단적으로 옅은 색으로, 마치 뿌연 안개가 끼어서 잘 보이지 않는 그 너머의 풍경처럼 그리는듯 마는듯 그려져 있습니다. 이 두가지 요소, 절단면과  건물 외부 환경의 중간지점이 바로 건물 내부의 모습입니다. 아주 세세한 요소들이 현실처럼 그려져 있어서 저절로 눈이 갑니다. 까만색 절단면의 선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그 다음은 이렇게 디테일한 방 내부로 눈이 이동하게 되어있습니다. 그 다음이 여유가 있다면 외부의 옅은 모습들로 눈이 이동해 가는 겁니다. 

그림은 아름답습니다. 보통의 회화와는 전혀 다르지만 그래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습니다. 사실 이 건물은 다른 건축사들의 출품안보다 좀 단순한 면이 있습니다. 보통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들도 그렇거니와, 섹션이 이렇게 직선으로 한층씩 구분해 잘라놓은듯한 디자인은 단조롭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건물의 중간지점을 벗어나 맨 윗층과 아랫층을 보면 말이 달라집니다. 1층을 보면 네개의 공간들이 모두 서로 바닥면의 면적도 다르고, 천고의 높이역시 다릅니다. 그리고 맨 윗층을 보면 가운데가 동그랗게 잘려있고, 바로 아랫층과 공백을 통해서 이어져있습니다. 


이 공백은 더 아래층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좀더 멀리 물러난 지점에서 어어진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건물 내부의 모습이 외부보다 더 선명하게 그려져 있는건 중요한 정보들이 여기에 위치하기 때문입니다. 외부는 이미 존재하는 환경이고, 건물의 벽면과 바닥, 그리고 내부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요소이니 만큼 당여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또한, 검은색으로 칠해진 벽과 바닥역시 실제로는 아주 복잡한 기계장치들과, 배수관, 공조파이프 등이 얽혀있을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복잡한 요소들은 모두 생략된채로 그려졌습니다. 이부분 역시 디자인의 핵심적인 부분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그런면에서는 아름답기만 한게 아니라 아주 기능적인 그림이기도 합니다. 


글, 하라














*Image source:  Herzog de Meu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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