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colate Gooey Brownie Icecream
아이스크림은 건축과 여러모로 대척점에 서있다. 초콜릿 구이 브라우니 아이스크림 콘이 8.6달러. 초코맛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아잉스크림이라니. 아잉은 오타지만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는건 아이스크림을 아잉스크림으로 쓰는것 만큼이나 낯선일, 혹은 낯간지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는건 성공했다는 의미다. 밥도 아니고, 죽도 아니고, 빵도 아니고, 면도아닌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성공했다는 의미다. 저녁엔 선선한 로스앤젤레스지만, 그 선선함에도 조금만 방치하면 사르르 녹아 사라져버릴 그런 음식을 먹는 다는 것. 입에 넣어 씹을 필요도 없이 넘어가 몇초 되지않는 달콤함만을 기억속에 남기고 사라지는 음식. 고체도 아니고, 액체도 아닌 그런 음식.
초콜릿 구이 브라우니 아이스크림은 건축과 여러모로 다르다. 좀더 구체적으로, 지금 짓고있는 호텔 - 헐리웃 선셋 스트릿에 있는 그 호텔과 여러모로 다르다고 하는게 좋겠다. 호텔은 크지만 아이스크림은 작다. 고도 제한 36피트 - 약 10미터 가량을 가득채운 3층 높이의 호텔은 지하로도 2층을 파고내려간다. 그러니까 총 높이로 치면 16미터는 넘을 것이다. 내가 먹은 초코 아이스크림은 지상과 지하로 나누기엔 좀 어색하다. 콘 아이스크림이니 콘상과 콘하로 나눠보는게 적절하겠다. 콘에 담겨져 위로 볼록 튀어나온 초코색의 콘 상층은 1층이다. 싱글 콘이었으므로 1층으로 보는게 합리적이다. 한층 더 높여서 더블 콘을 먹으려면 비용이 꽤나 높아졌을 것이다.
콘하는 호텔의 지하처럼 숨겨져 보이지 않는다. 텅 비어있을 그 공간은 최 하층부로 내려가면서 점점 좁아진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지금 공사중인 호텔 뿐 아니라, 어떤 건물이든 이 초콜릿 아잉스크림 콘처럼 하단이 좁아졌다가는 붕괴를 면하기 어려울게 뻔하다. 아이스크림은 도대체 어떤 믿는 구석이 있어서 겁도없이 최하층이 송곳처럼 뾰족한걸까? 아이스크림 콘의 구조적인 안정성은 인체공학적 유기체인 손에의해 확보된다. 누구의 손이건 이렇게 달콤하고 부드러운 초콜릿 구이 브라우니 아이스크림이 기울어지거나, 무너지거나, 추락하게 두는일은 없을 것이다. 아이스크림에 대한 욕망이 겁도없이 하층부로 갈수록 좁아지는 아이스크림 콘의 구조적 불안정성을 깔끔히 제거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이쯤에서 호텔의 주조적 안정성을 보장하는 기술적인 부분을 미친듯이 설명하고 싶지만 참기로 한다. 마음만 먹으면 Caison이 어떻게 지반과 건물 파운데이션을 연결하고, 그 상층부는 또 어떻게 흔들림을 견디도록 설계되는지 말하고 싶지만, 오늘은 아이스크림에 집중하기로 한다. 내려갈수록 좁아지는 콘 하는 비어있지만 비어있지 않다. 콘상에 달처럼 떠있던 아이스크림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녹아 콘하에 고여들기 때문이다. 고체에 가깝던 찬 물질이 액체화 되어 하단에 고이면서,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고 푸석하던 콘 벽체역시 조금씩 촉촉해져 간다. 촉촉하다는 말에 마음까지 촉촉해지기 쉽지만 어감에 속아선 안된다. 콘이 촉촉해진다는 것은 건축적으로 보면 그야말로 재앙이기 때문이다. 하단으로 가면서 좁아지는것도 모자라 최하층부터 눅눅해져 강도가 약해진다는 것, 그것은 곧 붕괴에 점점 가까워 진다는 뜻이다.
건축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없었다.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대상을 섭취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거짓. 든든히 배를 채워줄 대상을 섭취하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앞 오분거리의, 늦은밤까지 붐비는 바로 그 아이스크림 가게를 지나치면서도 내가 사는 세계 밖에 있는 공간처럼 여겼던 것 같다. 마치 모니터 속의 세계나 다름 없었다. 그 세계속으로 걸어들어가본 두번째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내 오른손으로 아이스크림 콘의 구조적 불안정성 - 내려가며 좁아지는 형태, 그리고 시간에 따라 녹은 아이스크림에 물들어 눅눅해지는 통시적이면서도 공시적인 그 불안정성을 보완해가며 걸었다. 학교는 그대로이고, 호텔은 조금씩 나아간다. 견고한 세계가 전진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