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 white

퇴사 후 일상

by 뚜작


Day 79


벌써 상반기가 다 가고 있다.

문득 내가 쉬게 되면서 달라진 점들에 대해 떠올려봤는데.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여러모로 밝아졌다는 점이다.

블랙의 아이콘처럼 여겨졌는데, 이제는 스스로도 제법 블랙티를 벗어난 것 같다.


얼굴이 밝아졌다.

회사를 그만두고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얼굴이 밝아졌다는 말이다. 얼굴이 좋아졌다가 아니라 밝아졌다니? 그동안 내가 얼굴을 어둡게 다녔나? 표정이 어두웠나? 등을 떠올렸지만 진짜 말 그대로 얼굴이 밝아졌다는 게 대부분이었다.

나는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은데. 이 전의 내 얼굴에는 늘 다크서클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한다. 다크서클이라는 게 아무리 화장으로 덮는다고 해도 티가 났던 모양이다.

과장해서 말하면 늘 눈 밑부터 턱 끝까지 다크서클이 이어졌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다고 한다. (물론 난 전혀 차이를 모르겠다.)


옷이 밝아졌다.

이건 나도 나름 느끼고 있는 점이다. 늘 검정 옷을 선호했다. 현장을 나갈 때는 당연 검정옷이 유니폼처럼 함께했고, 그러다 보니 검정옷을 주로 사게 되고, 옷장이 검은색으로 가득 채워졌다. 결국 자연스레 검정옷을 입는 날이 많아졌다. 그런 내가 컬러가 들어간 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전에도 아예 검은색만 샀던 것은 아니다. 컬러가 들어간 옷들을 사긴 했지만, 입지 않았다. 온통 검은색으로 가득한 집단에 컬러 한번 입고 갔다가는 주목받기 일쑤였고, 주목받는 게 무척이나 싫은 나는 더욱 컬러를 배제했다.

요즘은 그동안 손이 가지 않았던 컬러 옷들에 손이 간다. 그동안 입지 않고 옷장에 넣어두기만 했던 옷들을 이제야 입어보고 있다. 옷을 살 때도 검정보다는 밝은 색을 고르게 된다. 이미 검은색 옷은 넘치도록 많은데, 더 이상 검은색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옷이 밝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소품들도 하나씩 밝아지고 있다. 검정 가방만 가득했던 내가 베이지 색의 가방을 애착 가방처럼 가지고 다니고 있고, 지금 내 앞에 놓여있는 텀블러도 밝은 크림색이다.


성격이 밝아졌다.

이건 내 개인적인 느낌이긴 한데, 아직 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다.(ㅎㅎ) 일할 때는 ‘그럴 수 있어. 어차피 일어날 일이야.‘, ’ 벌어질 일은 벌어진다.’ 등의 문장들을 되뇌었다. 그만큼 머리 아픈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 보면 누구나 겪는 당연한 일들이었다.) 멘털을 컨트롤할 문장들을 저장하고 다닐 만큼, 짜증 나는 일들이 많았다. 성수기 때면 매일 머리에 두통을 달고 살기도 했다. 두통약이 늘 가방에 함께 했던 이유다.

이런 상황이 줄었다는 점에서 성격이 밝아진 게 아닐까 나 혼자 추측해 본다. 확실히 두통이 줄었다. 그렇다고 막 성격이 좋아진 건 아니지만..ㅎ


여러 가지로 밝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물론 이것과는 별개로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색은 블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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