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일상
Day 84
특별한 무언 가를 하지 않아도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일상이 재밌게 느껴지는 오늘이다.
일주일을 각자의 자리에서 바쁘고 알차게 보낸 우리 둘은 주말에 아무것도 안하고 하루를 보내게 된지 좀 되었다.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서 늦잠을 자거나, 티비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시거나 등 특별하게 어딘가를 가거나 맛있는 거를 먹으러 가지 않아도 함께하고 있는 일상이 재미있다. (아니면 우리가 서로 얼굴을 보고 웃긴 걸 수도 있다.)
종종 동네 마실을 나가기도 하는데, 그럴 때 마다 우리는 같은 곳을 걷는다.
경사진 내리막길을 우다다 걸어내려가 자주가는 슈퍼마켓과 야채가게를 지나고, 이 동네에서 사람이 제일 많은 체인점 카페를 하나 지나면 지하철역, 그리고 바닥에 늘 비둘기 똥이 잔뜩 묻어있는 지하철역 옆 길. 그렇게 5분 쯤 걷다보면 작은 공원이 하나 나오는데 그 공원에는 실내/외 배드민턴장 뿐 아니라 여름이면 물놀이장으로 변하는 어린이 놀이터, 고개를 90도로 치켜 올려야 끝까지 다 보이는 커다란 암벽등반(클라이밍) 시설도 있다. 공원 한바퀴를 돌며 사람들을 구경하고 또 다시 3분 쯤 걷다보면 비슷한 크기의 작은 공원이 하나 나오는데 (너무 TMI인데 이정도면 우리 동네 주민분들은 다 알것같다.) 바닥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수와 그 옆으로 배치 된 여러 테이블과 의자 들은 항상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
산책하는 강아지, 자전거나 킥보드를 타는 아이들도 빠질 수 없다.
매번 동네를 걸을 때 마다 보는 풍경인데 볼 때마다 미소가 나온다.
뿜어나오는 물 사이를 오고가며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더운 날씨에 혀를 헥헥거리지만 웃으며 산책하는 강아지들, 간식과 음료가 빠지지 않는 테이블 위와 사람들의 목소리. 아마 이 광경은 우리 동네를 더욱 따스하게 만들어 주는 요소들일 것이다.
처음 왔을 때는 그렇게 마음에 안든다고 빨리 이사가고 싶다던 내가 어느새 이 동네에 물들고, 스며들고 있다. 이제는 동네 야채가게 아저씨와 야채를 사지 않아도 지나가면서 눈 인사를 하고, 마트 캐셔님과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는다.
오늘도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일상을 보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언젠가 이동네를 떠날 때가 오면 눈물이 날지도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