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일상
Day 7
매달 들어오던 일정한 수입이 끊긴다는 것은 꽤나 큰 일이다.
다행히도 아직 크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휴직기간까지 포함하면 벌써 3개월째 수입이 없는 셈이니 이제는 슬슬 용돈벌이라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시점이 왔다.
수입이 끊기는 것 뒤에는 꽤 많은 것들이 연쇄작용으로 따라오기 때문이다.
우선, 직장가입자로 되어있어 회사에서 반씩 부담하던 건강보험이 지역가입자로 바뀔 예정이다. 수입은 없는데 내가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더 늘어나는 느낌이다. 나눌 회사가 없으니 온전히 100%를 내가 다 부담해야 하고, 지역가입자로 바뀌다 보니 월급에 비례하는 것이 아닌 자산에 비례해서 책정된다.
내 집도 아닌 지금 살고 있는 곳의 전세가를 기준으로 책정될 확률이 높다 보니 내 입장에서는 꽤나 억울하다. 2억 5천이라는 전세금이 온전히 내 재산이 아니기에… (80프로는 은행껀데 왜 내가 2억 5천의 자산을 가진 사람으로 잡혀야 하는지는 앞으로도 쭉 의문일 예정이다.) 게다가 국민연금은 어찌해야 하는가… 계속 낼 것인지 멈출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계속 내게 된다면 이마저 나에겐 부담이 된다. 이외에도 지금 청년도약적금은 전년도 수입 기준으로 책정되기에 이번년도에 계속 수입이 없게 된다면 내년엔 어찌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전세대출도 직장인이 아니니 연장계약이 어려울지 모른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꺼려질 수 있다.
회사 다닐 땐 시간이 없어서 못 만났는데, 회사를 안 다니니 돈 때문에 못 만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그런 걱정이 덜하지만, 퇴직기간을 꽤 길게 유지했던 친구들을 만날 때 돈이 없으니 저렴한 식당을 가자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었다. 곧 나의 미래이려나.
가족들의 경조사도 부담이 된다. 예를 들면 평소에는 쿨하게 먼저 나가 100만원을 한 번에 턱 결제할 텐데, 앞으로는 최대한 늦게 나가고 손을 벌벌 떨며 결제하게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사람들이 힘들다 하면서도 계속해서 직장을 다니는 건 이러한 이유일지도…
게다가 하루 종일 집에 있다 보니 집에 바꿔야 할 것들, 수리해야 할 것들이 왜 이리 잘 보이는지… 이 정도면 돈을 더 빨리 쓰려고 퇴사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쩌면 가전제품들이 다들 내 눈에 띄길 기다렸다가 좋은 시기를 마주해 어필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밥맛 맛있게 잘 되던 밥솥은 엊그제는 물 양을 잘 맞춘 거 같은데도 밥이 설익어서 내 스스로를 밥을 왜 이렇게 못했지 의심하게 하더니 어제는 드디어 압력이 멈췄다.
침대 프레임은 그동안 우리 몸을 버티고 버티다 힘들었는지 금이 가기 시작했으며,
청소기는 먼지를 아무리 털어도 흡입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세상에나 도대체 왜 다들 같은 시기에 힘을 빼는 걸까. 어쩌면 얘네들도 다들 나처럼 퇴사하려는 걸까.
누군가 하품을 하면 옆사람에게 전염되는 것처럼 퇴사욕구도 주변에 전염되는가 보다.
아직은 적당하지만 곧 가벼워질 나의 지갑…
올해는 몸도 마음도 가볍게 살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