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겨울을 보내는 방법

퇴사 후 일상

by 뚜작


Day 10


24년의 마지막 업무를 마치고 서울행 기차에서 나름의 마지막 인사를 메모장에 적어두었다.

그 글을 개인 SNS에 올릴까 며칠간 고민하다가 그만두었다. 거기에 올린다고 몇 명이나 공감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결국엔 혼자만의 마무리인사일 뿐인데 그걸 SNS에 올리는 게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그렇게 혼자만 간직하던 메모글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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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시작이 OO이 아니었는데도 몇 년 사이에 왜 이렇게 정이 든 건지 모르겠는..

복귀를 하든 안 하든 올해가 나에겐 마지막 투어일 수 있다는 걸 알고 시작해서 인지 첫 지역부터 혼자 뭉클해져 다음 지역부터는 엔딩 중간에 미리 빠져나왔다.

어느 공연을 맡아도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업무 하려 나름 노력했는데, OO 공연은 자꾸 내가 감성적으로 변했 던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뭐든 해주고 싶었지만, 다 해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리고 더 열심히 하지 못한 미안함이 남았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신기하리만큼 매년 만났던 모든 스탭과 팬 분들이 따스했고,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게 정이 갔나 보다.

올해도 어김없이 매주 주말, 크리스마스 그리고 31일을 함께 마무리하며 내년에 또 보자는 인사를 받았다. 차마 또 뵙겠다는 불확실한 답인사를 하지 못하겠어서 다른 인사말을 건넸다.

길어야 1년에 6개월, 짧으면 1-2번 연락하는 분들이지만 우린 매년 내년에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하고 다음 연말까지의 건강과 행복을 바란다.

어쩌면 정말 마지막이겠지만,

제게 매년 겨울은 OO의 계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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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만 해도 이제 봄이 다가오는구나 했는데,

어제는 갑자기 눈이 펑펑 내렸다. 3월에 눈이라니.

아무래도 나의 겨울이 그냥 가기 아쉬워 봄이 오는 걸 잠시 막고 마지막 인사를 건넨 건 아닐까?

이제야 겨울을 잘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잘 가, 따스했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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