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일상
Day 11
요 며칠사이 얼굴이 밝아졌다는 이야기를 꽤 들었다.
그동안 내 얼굴이 어땠길래? 라고 반문했더니, 늘 다크서클이 함께했다고 한다. 지금은 그게 다 사라져서 훨씬 밝고 활기차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거울을 보니 정말 다크서클이 사라진 것 같기는 하다.
스트레스라는 건 사람에게 정말 크게 작용하지만 티가 나지 않는다.
이게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건지, 여기 아픈 게 스트레스 때문인 건지 다른 거 때문인 건지 눈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스트레스다~’하고 모양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나타나는 증상들을 보면 내가 일적으로나 그 외적으로나 회사를 다니면서 꽤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 얼굴이 밝아졌다는 사람들의 증언.
- 신체적으로 안 좋았던 수치가 조금은 낮아진 점.
- 핸드폰이 울려도 마음이 편해졌다는 점.
생각해 보면 내가 일을 그만둔 게 지금이 처음도 아닌데, 난 늘 어디에 속해있으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타입이었던 것 같다.
나름 일중독이라는 소리를 꽤 자주 들어왔는데, 한 때 커리어우먼이 꿈이었던 나에게는 일중독이라는 단어가 좋게 다가왔고,
일을 하는 동안은 더욱 일에 중독되기 위해 몸부림쳤다.
하나라도 더 하고, 더 잘하기 위해 굳이? 싶을 정도로 임했던 때도 꽤 많았다.
여기에 더불어 일의 특성상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의 경계가 허물어진 탓도 있을 것 같다.
회사일은 회사에서 끝내고, 집에서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워라밸이 중시된지도 꽤 되지 않았는가.
근데 꽤 오랜 시간 그 경계가 없이 살아왔다.
약속을 가도 노트북은 필수지참이었으며, 지하철을 타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처리해야 할 일이 생기면 노트북을 꺼내 손을 바삐 움직였다.
주말에도 휴가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물론 지금 스트레스를 아예 안 받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회사를 다니지 않음으로써 걱정해야 하는 일들도 꽤 생겼기 때문이다.
- 고정수입이 없어진 점.
-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싶어서 안달 난 점.
- 글이 잘 써지지 않는 것에 대한 막막함.
오늘도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한 것에 대해 자책하고, 글이 잘 써지지 않는 것에 대해 막막하고 답답하지만
그래도 얼굴이 밝아지고 몸이 점차 정상수치로 돌아오고 있다는 희소식과 핸드폰에 집중하고 있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감사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