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일상
Day 16
찰나에 느껴지는 따뜻한 시작의 계절.
겨울과 여름 그 사이에 살포시 우리를 흔들고 가는 그런 계절.
이 계절을 제대로 느끼려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한다. 안 그러면 금방 도망가 버리니까. 봄은 따스하고 어여쁜 계절이지만 짧고 덧없는 계절이라 이 순간을 소중하고 빠르게 간직해야 한다.
그동안 하던 일을 뒤로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시작했다. 이번 봄을 맞이하기까지 누구보다 추운 겨울을 보냈다. 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겨울의 초입부터 한겨울까지 지속했고 그 찬 공기는 꽤나 치명적이었다. 때로는 차디찬 온도에 머리가 시리기도, 매서운 겨울바람에 저절로 눈물이 나기도 했지만 버티고 버텨 지금의 봄을 맞이했다.
인생의 방향에 있어 여러 선택지를 두고 어느 쪽을 바라볼 것이냐에 대한 고민은 차디찬 겨울바람과 같았다. 어느 쪽으로 기울어도 겨울바람은 피할 수 없기에 나에겐 유난히 추운 겨울이었다. 그렇게 깊었던 겨울을 보내고 맞이한 봄은 생각보다 더 싱그럽고 달콤했다. 겨울바람 속에서 따스한 봄바람으로 몸을 옮기는 순간, 나의 굳어있던 몸은 언제 그랬냐는 듯 따스하게 살랑이고 있었다.
겨울의 끝엔 언제든 봄이 찾아오고 매년 돌아오는 봄이지만 누가 맞이하냐에 따라 그 봄의 의미는 달라진다. 누군가는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도, 하던 것을 더욱 확장할 수도, 마무리할 수도, 심지어는 봄은 느끼지 못하고 지나칠 수도 있다. 나 역시 언젠가 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보낸 적이 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봄을 맞이했다가 또다시 나른하게 보내버리는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이번 봄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봄을 오래 즐기려면 봄을 잘 알아야 한다. 온전하게 봄을 즐길 준비를 하고 움직여야 한다. 물론 아직은 떠나기 아쉬워 봄을 방해하는 겨울바람이 있고 마음이 급해 틈나면 유혹하는 여름 햇볕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봄을 잘 즐겨야 한다. 그렇게 온전히 봄을 잘 보내고 나면 우리는 자연스레 따사로운 햇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또다시, 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