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힌 타이밍

퇴사 후 일상

by 뚜작


Day 18


갑작스러운 무기력함이 다가왔다.

일을 지속하는 것과 쉬는 것의 장단점을 나열했을 때, 그 장단점의 수는 별 차이가 없었고, 그렇다면 마음 편한 쪽으로 선택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퇴사를 선택하고서야 찾은 몸의 여유와 마음의 여유, 그리고 정신적 여유가 꽤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정말 갑자기…

눈을 떴는데 무기력함이 밀려온다. 게으름인지 무기력함인지 헷갈리기도 하지만 확실한 건 몸이 무겁고, 마음이 무겁다는 점이다.

이 무기력함은 퇴사 후 일상의 루틴을 깨버렸다.

오전마다 카페로 나가던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고, 노트북을 열었지만 글이 잘 써지기는커녕 그동안 쓴 시놉을 지워버렸다.

매일 듣던 강의도, 영어공부도, 독서도 다 놓아버렸다. 도대체 하룻밤 사이에 나에게 무슨 일이 생겼던 걸까?

저녁식사 시간 이전에는 외면하려고 했던 텔레비전을 틀어뒀고, 겨우 이불 밖으로 나와도 다시금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오전, 오후 시간을 보내고 저녁이 되어서 취업어플을 괜히 들여다보았다.

지금 마음먹고 지원서를 써볼까 싶어 공고를 스크랩하다가도, 아 이러면 또 같은 일을 반복하는 거잖아 싶어서 다시 거두었다가,

아니 그래도 이번엔 다르지 않을까 싶은 근거 없는 희망에 다시 공고를 검색하고.. 여러 번 반복했다.

무기력함에 불안함이 더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래 난 이렇게 불안한 사람이었지, 나약한 사람이었지.

어렵다.

결과가 보이지 않는, 보장되어 있지 않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준비하고 나아간다는 것은 많이 어려운 일이다.


기막힌 상황은 이전 동료에게 연락을 받고 이런 무기력함과 불안감이 털어진 것 같다는 점이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핸드폰 맨 위에 연락문구를 보는 순간 바로 ’아, 이래서 내가 퇴사를 선택했지.‘라는 생각이 무기력함과 불안감을 밀어냈다.

그리고 이내 다시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무기력함과 불안감은 종종 찾아와 흔들 것이 분명하다. 그럴 땐 오늘을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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