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일상
Day 20
독서에 관심을 가진 게 언제부터일까. 어릴 때 집에 책은 많았으나 즐겨 읽지는 않았던 것 같고, 책방에서 만화책을 빌려 읽거나 중학교 3학년 봄방학 때 잠시 무협지에 빠져서 미친 듯이 읽었던 것만 기억이 난다. 성인이 되어서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3년 정도 된 것 같다. 그전에도 책을 아예 멀리한 것은 아니었다. 좋아하는 작가에 빠지면 그분이 쓴 책만 주야장천 읽기도 했고, 특히나 추리소설 분야를 좋아해서 종종 읽어왔다. 게다가 1년에 1-2권은 서점에서 책을 구매했으며 지나가는 길에도 서점을 마주하면 꼭 한번 들렀다 가는 편이었다.
3년 정도 전에 회사 근처에 도서관이 있는 걸 알게 되면서 꾸준히 책을 빌려 읽기 시작했다. 대출기간은 기본 2주에 한번 1주 연장이 가능한데, 난 매번 3권 정도 빌려서 대출기간을 꼭 1번 연장했으니 대략 3권을 3주 동안 읽은 셈이다. 에세이 1권과 소설 1권을 포함해 뭔가 끌리는 책 1권 이런 패턴으로 빌려왔고, 읽어왔다.
독서시간은 주로 퇴근 후였다. 자기 전에 자리 잡고 한 권을 후딱 읽어버린 적도 꽤 있고, 친구들과 약속시간 전에 미리 도착해서 시간이 남으면 읽은 적도 많다. 그렇게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꽤 많은 책을 읽게 되었고, 이제는 책을 쓰는 것에도 관심이 생겼다. 그전에는 무조건 대본을 쓰는 것에만 집착했다. 실제로 대본을 쓰는 일을 하기도 했고, 대본에 비해 책은 글을 쓰는 분량도 굉장히 막연하게 느껴져서 생각지 못했던 듯하다. 하지만 요즘엔 책을 쓰는 사람들이 진짜 멋지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면서, 나도 잘 쓰고 싶다. 요즘엔 원작 소설이 있는 드라마나 영화 같은 경우에 책으로 보는 것이 진짜 재밌다는 말들을 하는 것에도 공감이 많이 된다. 꼭 눈앞에 보여야만 몰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글로만으로도 충분히 몰입감이 있다는 것을 직접 느꼈기에.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 몰입감이 마음 한편에 더 깊이 자리하는 것 같기에.
회사를 그만두고 쉬는 동안에는 소장하고 싶던 책들 위주로 읽었다. 사고 싶은 책을 종종 장바구니에 넣어두는 편인데 매달 장바구니에 넣어뒀던 책을 1-2권씩 구매했다. 그리고 그렇게 읽고 나면 가나다 순으로 책장에 꽂아둔다. 사실 집이 크지 않아서 오래전에 읽은 책은 가끔 박스에 정리해 창고로 옮겨두는데 넣어두고 있는데, 언젠가는 거실 한 면이 책장으로 되어있는 집에 책을 가득 두고 살아보고 싶다. 가끔은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기도 하는데 내가 재미있게 읽은 책을 누군가에게 선물할 때의 기분이 참 뿌듯하고 좋다. 왠지 내가 멋진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랄까?
책 그리고 독서는 여러모로 사람을 기분 좋게, 그리고 멋지게 만든다.
아직 마주하지 못한 수많은 책들이 있다. 평생을 만나도 끝내 다 만나지 못하는 것을 알기에 더 부지런히 읽어야 한다.
우리는 끝끝내 그 끝을 마주하지 못하겠지만, 끝나지 않을 곳을 향해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은 참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