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일상
Day 51
수술 후 퇴사를 선택했던 것은 무엇보다 재발이 무서워서였다.
수술 전에는 당연히 복귀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 큰 수술도 아니었고 일상에 복귀하는 것도 오랜 기간이 필요하지 않았기에.
하지만 수술 후에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질병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알 수는 없다고 했다. 다만, 유전 또는 스트레스의 비중이 크다고 하는데 갑작스레 질병이 연달아 찾아온 걸 보면 아무래도 후자의 비중이 큰 듯했다.
복귀를 선택했을 때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는 요인이었다. 주변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지 마라, 마음을 편히 먹으면 된다며, 편하게 일하라고 이야기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다면 애초에 수술까지 갈 일은 없지 않았을까.
다른 분들에 비해 회복 속도가 느린 것도 결정에 한몫을 했다. 평생을 운동이라는 것과는 담을 쌓고 살았는데, 덕분에 부족해진 체력은 회복속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비교적 젊은 나이인데 수술 부위의 회복속도가 느리다며 의사 선생님은 갸우뚱하셨다.
또 다른 이유는 새로운 기회의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회사원에 대한 큰 목표와 꿈을 가진 적이 없기도 했고, 1-2년만 더 일하면서 하고 싶은 것을 준비하다가 도전할 생각이었는데 그 시기가 조금 더 빨리 온 것뿐이었다.
대학생 때부터 하고 싶은 것이 명확했다. 여러 직종의 일을 경험했지만 늘 바뀌지 않았던 꿈은 작가. 시나리오 작가, 드라마 작가, 에세이 작가, 작사가, 광고 작가 등 다양하게 생각하긴 했어도 쓰는 일에 대한 꿈을 멈춘 적은 없었다. 정말 재능이 없어서 멈춰야 하는 꿈이라면 제대로 도전이라도 해보고 멈추고 싶었다.
덕분에 매일 쓰고 싶은 것을 쓰고,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려 움직이고 있다.
수술 전과 수술 후의 삶은 꽤 많이 달라졌고, 지금도 달라지고 있다.
운동과 담쌓던 내가 운동을 시작했고,
하루에 3-4잔은 기본이던 커피를 1-2잔으로 줄였으며 그 마저도 1잔 이후에는 가급적 디카페인을 선택한다.
인스턴트로 빠르게 끝내던 식사에서 직접 요리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가공식품으로 가득 차던 냉장고는 야채를 포함해 직접 요리해야 하는 재료의 비중이 많아졌다.
친구들과의 대화 중에도 노트북을 펼치며 일에 미쳐있던 시간은 온전히 대화로 채워가고 있고,
어딜 가던 노트북을 챙겨 다니며 항상 무거웠던 가방은 최소한의 물품만 넣어 다니며 가벼워졌다.
언제 누가 연락 올지 몰라 늘 붙잡고 있던 핸드폰을
이제는 종종 어디에 뒀는지 찾아야 하는 일상을 마주했으며,
고정수입이 없다는 것에 가끔 불안하지만
매달 급여가 들어올 때 보다 마음이 여유롭다.
무엇보다도 화를 참아내던 순간들과 짜증, 불평, 불만이 맴돌던 부정적인 생각이 줄었고,
더 편안하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