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에스프레소에 입문하다

퇴사 후 일상

by 뚜작


Day 56


유럽여행 중에 에스프레소 컵을 구매했다.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작품이 컵 겉면에 프린팅 되어있었는데, 에스프레소를 집에서 먹지도 않으면서 왜 그렇게 고민 없이 구매했는지 모르겠다.

(물론 애초에 에스프레소를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아한다. 에스프레소 바 만의 분위기가 좋아서 일부로 찾아가기도 하고, 혼자 여러 잔을 마신 적도 있다.)

그렇게 나의 첫 에스프레소 컵은 캐리어에 담겨 한국으로 들어오고, 집 선반 한 편에 자리했다.

(아! 글을 쓰던 중 생각났는데, 유럽여행에서 괜히 유럽인이 되어보겠다며 아메리카노를 안 사 먹고 에스프레소를 사 먹었었다. 그래서 구매한 게 아닐까…?)


그리고 한 참을 잊고 살았다.


집에서는 캡슐 커피머신을 주로 이용하는데, 아메리카노 캡슐이 제일 많았다. 따뜻하게 먹기도 하고 얼음을 넣어 아이스로 만들어 먹기도 하고,

매일 한잔씩 내려먹었지만 그 중간 어느 때에도 에스프레소 잔이 우리 집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은 기억나지 않았다.

그렇게 긴 시간이 흐르고 이사 갈 때가 되어서야 선반에서 에스프레소 잔을 발견했다.


“어? 나 이거 이뻐서 샀었는데, 아직 한 번도 사용 안 했네? “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고 사용하게 된 날이 바로 오늘이다. 이미 이사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 전 집에서와 같은 이유로 사용할 일이 없었다.

커피머신에 에스프레소 캡슐을 넣고 이 조그마한 에스프레소 잔을 밑에 두었다.

일반 컵보다 잔이 작으니, 추출되는 커피가 잔에 잘 들어갈지 걱정되어 괜히 컵을 놓은 위치의 중심을 다시 한번 맞추었다.

집에서 내린 에스프레소는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카페에 있을 때 보다 더 멋진, 정말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드디어 홈 에스프레소에 입문했다.

콘파냐, 스트라파짜토, 아보카도 등 에스프레소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종류들에 하나씩 도전해야겠다.

집에서 에스프레소를 내려먹는 사람이라니, 이 정도면 꽤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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