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일상
Day 61
오랜만에 먼 동네까지 나왔다. 무려 지하철을 환승하고 내릴 때 추가요금이 100원이 붙었다.
물론 우리 동네에서 다른 동네를 가려면 추가요금이 붙는 건 기본이긴 하지만 요즘 통 혼자 지하철로 멀리까지 나온 적은 없었기에 괜히 여행 가는 것처럼 설레는 마음이다.
오전에는 예정된 볼 일을 보느라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렇게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분명 건물을 나올 때까지만 해도 얼른 지하철 타고 집에 가야지 했는데, 금세 바뀔 줄이야.
그렇게 지하철 역에서 몸을 틀었다. 일단 식당들이 많은 곳으로 향했다.
‘뭘 먹을까.’
예전에 마라탕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 일단 그 근처로 가보기로 했다.
가는 동안 참 많은 식당들이 있었고, 내 마음도 여러 번 바뀌었지만 결국 선택한 건 케밥이었다!
이쪽 동네에 올 때마다 기웃거리기만 하고 막상 먹어보지는 않았던 바로 그 케밥. 팝업스토어처럼 위치한 가게였는데, 1인 사장님이 혼자 조리 중이시긴 했지만, 기다리는 손님은 많이 없어 보였다.
계산대로 가서 주문을 하고 5-6분 정도 걸린다는 말씀에 다른 가게들을 구경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체감 상 3분 정도만에 나온 듯하다.
빨리 만들었다는 사장님의 이야기에 감사하다는 답변을 건넨 후 저 멀리 떨어진 테이블에 앉았다.
가게에는 테이블이 없었고 약간 떨어진 곳에 주변 작은 매장들이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는 테이블들이 깔려있었다.
오랜만에 혼밥을 즐겼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간혹 내 케밥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느껴져서 속으로 “맛있어 보이죠? 얼른 가서 주문하세요.”라고 이야기했다.
유독 오늘은 친절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중에서 케밥 사장님이 제일 친절했던 걸까. 많은 사람들이 케밥을 먹어서 사장님이 오늘 하루 대박 나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케밥을 클리어하고 다 먹은 종이트레이까지 가게에 반납을 한 후 근처 서점으로 왔다.
요즘에는 서점 내부에 카페가 같이 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곳도 그러했다. 이전에는 서점 안에 카페를 이용해 본 적이 없는데 오늘은 유독 이용하고 싶었다.
혼자여서 더 가능했던 것 같다.
서점 내부 카페의 특징은 호출시스템이 없다는 점이다. 기계음으로 띵동, 123번 고객님. 등의 기계음을 내뱉는 장치가 없었다.
그 대신, “123번 커피 나왔습니다.”라고 작게 속삭이는 서점 맞춤형 직원분이 계셨을 뿐이다.
조용하기에 작게 말씀하셔도 잘 들렸다. 후다닥 가서 커피를 받아 들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커피 향이 유독 진하고 향긋하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서점 안에 카페가 이렇게 좋다는 사실을 왜 여태 아무도 말해주지 않은 걸까.
패드를 켜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주변에는 글을 쓰는, 그림을 그리는, 그리고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모니터에서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니 내 자리 바로 앞이 요리베스트 책 코너였다.
‘아, 집에 가기 전에 오늘 저녁 무슨 요리를 하면 좋을지 보고 가야겠다.‘
오늘 이 동네에 온 덕분에
하루를 알차게, 그리고 새롭게 잘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