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문득 떠오를 기억들

퇴사 후 일상

by 뚜작


Day 63


카페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 다양한 사람을 마주할 수 있다.

알고 싶지 않아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무슨 일이 있는지 알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매번 같은 자리에 자리하시는 어머님들이 계신다.

꼭 한 번에 오시지는 않고, 오전 10시 반쯤 되면 한 명씩 카페로 오신다. 얼마 전에 알게 된 사실인데 매일 11시에 모이기로 약속이 되어있으신 듯하다.

그렇게 한쪽 면이 벽에 붙은 의자로 되어있는 자리에 앉으셔서 모두가 벽에 붙은 의자 쪽에 앉으신다.

보통 3명이 모이셔서 늘 3명이 벽에 붙은 의자에 쪼르륵 붙어 앉으시고, 간혹 4명이 모이실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제일 늦으신 한 분이 반대편 일반 의자에 앉으신다.

오늘도 한 분이 제일 일찍 오셔서 늘 앉으시는 그 자리에 앉으셨다. 왜 이렇게 일찍 오셨지? 했는데, 좀 더 걷다가 오시려 했는데 날이 더워서 일찍 카페로 들어오셨다고 한다.

이 내용은 아르바이트생과 어머님의 대화, 그리고 곧 만날 친구와 통화하는 어머님의 목소리를 통해 알게 된 내용이다.

난 이제 어머님들의 커피 취향도 알게 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드셨었다. 오늘은 날이 더워서 인지, 한 분은 얼음 안 넣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또 다른 한 분은 기본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리고 다른 한 분은 키위주스를 드신다.

아르바이트 친구들은 이미 어머님들과 친분이 두터운 듯하다. 정확히 주문하시는 적이 없는데 매번 알아서 각 어머님들의 특성에 맞게 준비해 주는 듯하다.

오늘도 그렇다.


날이 더워서 카페에 들어오셨다는 제일 먼저 오신 어머님이 커피를 찾으시자,

“시원한 거요? 얼음은 넣어요 안 넣어요?”

“응, 얼음은 넣지 말고 시원한 거. “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

“아휴 오늘 날이 더워서 일찍 들어왔어 “

“맞아요, 오늘날이 좀 덥죠.”


그다음 어머님이 들어오셔서 앉아 계신 친구 분께,

“아 그 있잖아 그 갈아서 그거 뭐지?”

“키위주스요?”

“어, 키위주스 그거, 고마워. “

“네, 앉아계세요~“


심지어 마지막에 오신 어머님은 집에서 싸 오신 간식 같은 것을 아르바이트 친구에게 건네주었다.

“이거 먹어, 내가 챙겨 왔어.”

“네, 잘 먹을게요.”


오전 시간의 아르바이트 친구들과 어머님들의 케미가 꽤 좋다.

가끔 살가운 듯 아닌 듯 헷갈리지만 어머님들의 니즈를 정확히 알고 있기에 매일 이 카페로 자연스레 찾아오게 되는 것이 아닐까?

왜 이 동네 카페에서 유독 이 시간에 이 카페에만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지, 이유를 알 것 같다.


오늘따라 아르바이트를 했던 저 나이쯤의 내가 떠오른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인사를 주고받는 손님들이 꽤 있었는데, 여러 번 마주하면서 그분들의 특성을 파악하게 된 덕분이었다.

매번 같은 자리에 앉으시는 분, 매번 같은 할인 및 결제방식을 이용하시는 분, 매번 같은 메뉴를 드시는 분 등 몇 번 같은 분을 마주하다 보면 그분들이 따로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원하는 것들을 충족시키게 되었고, 그렇게 손님들과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어떤 날은 밸런타인데이라며 꽃 한 송이를 선물하시는 어머님도 계셨고,

배고플 텐데 못 먹고 일하는 거 아니냐며 음식을 권하시는 분도 계셨다. (물론 음식을 먹을 수는 없다!)

일을 하다 보면 안 좋은 분들을 마주할 때도 많지만 그만큼 좋은 분들을 마주할 때도 많다.

손님과 케미가 잘 맞는다면 그날 근무시간의 즐거움은 배가 된다.

나 역시 그랬고, 저 친구들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그들도 먼 훗날, 지금의 이 경험이 좋은 기억으로 문득 떠오르는 날이 있을 것이다.

나도 언젠가 좋은 손님으로 누군가의 기억에 남게 되길.


글을 끝내려는데 또 한 명의 손님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네, 똑같이 드려요?”

“네.ㅎㅎ”

keyword
작가의 이전글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은 언제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