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일상
Day 65
책을 하나 읽기 시작하면 빠르게 완독 하고 싶어 하는 편인데, 간 혹 최대한 느리게 읽고 싶은 책들을 만나곤 한다.
얼마 전 시작한 책이 그러했다.
‘글이 술술 잘 읽힌다. 너무 좋아서 빨리 읽고 싶은데, 빨리 읽고 싶지 않다.‘
이대로라면 하루 만에 다 읽고 그대로 책꽂이에 자리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첫 챕터를 읽고 급히 책을 덮었다. 최대한 오래 읽고 싶은 책이었다. 아직 한 챕터 읽은 게 전부이지만 뒤에는 읽어보지 않아도 빠져들 것임에 분명했다. 매일 가방에 넣어 어디든 함께 다니고 싶은 책이었다.
그렇게 첫 챕터 사이에 북 마크를 넣고 덮은 후로 며칠이 지났다. 밖에 나와있는 지금도 가방에 챙겨 나왔지만, 여전히 읽지는 않고 있는 상태.
빨리 읽어버릴까, 오래 간직할까의 오락가락하는 갈등 속에 오늘은 꼭 읽어보겠다 다짐했다.
-
책을 언제부터 좋아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릴 때 집에는 전집 등의 각종 책들이 함께했다. 초등학생 때 학교 내 특별반 활동 중에 책을 완성해서 축제 때 전시한 적이 있지만, 이후로는 글로 된 책보다는 말풍선이 함께하는 책들을 주로 읽었던 것 같다. 아, 교회에서 학생부 예배가 끝나면 매번 더 늦게 끝나는 엄마를 기다리며 근처 서점에서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게다가 고등학생 때 특별활동으로 독서반 활동을 한 것을 보면 책을 아주 멀리하며 살아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고 마음에 드는 책을 구매하기 시작한 것은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이다. 우연히 책을 읽고 그 책이 너무 재밌으면 해당 작가의 다른 책들을 다 읽어보는 습관이 생기기도 했고, 그중에서 유독 소장하고 싶은 책이 생기면 구매로 이어졌다.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은, 책의 내용보다는 그저 느낌이다.
책을 딱 봤을 때 오는 개인적인 느낌.
‘아, 이 책 뭔가 읽고 싶다.‘ ‘이 책 왠지 나랑 잘 어울리는데?‘ ’ 오 재밌을 거 같아.’ 등의 느낌이 오는 책들 말이다.
제일 좋아하는 분야는 추리소설과 SF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시 생각해 보니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책도 꽤 많았던 것 같다. 에세이도 꽤 많이 읽는 편이고… 그래 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선호한다.
한창 추리소설에 푹 빠져있던 시기가 있다. 추리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한번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하면 멈추는데 굉장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여러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파헤치며 점점 소설 속으로 빠져드는 재미가 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한 자리에서 뚝딱 읽곤 한다. 특히나 기욤뮈소 작가의 소설을 참 즐겨 읽었다. <센트럴 파크>로 처음 기욤뮈소의 글을 접하며 다른 책들도 찾아 읽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기욤뮈소의 신작이 나오는 날에 맞춰 서점에 찾아간 적도 있다. 지금 내 책꽂이 한편에는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이 자리하고 있다. 이 외에도 재밌게 읽은 추리소설들이 참 많은데 전부 나열하려면 끝도 없을 것 같다.
SF소설은 단지 우주를 좋아해서 읽기 시작했다. 우주에 대해 잘 알지는 한 때 우주비행사와 천문학자를 꿈꾸던 어린이 출신으로서 유독 관심이 가는 건 사실이다. 이 분야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은 아주 명확하다. ‘스텔라 오디세이 트롤리지 ‘ 세트인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당신에게 가고 있어>, <미래로 가는 사람들>이다. 우주여행을 하는 이야기인데 책을 읽는 동안 재밌기도, 슬프기도 하며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아직은 이 소설보다 더 소장하고 싶은 SF소설을 마주하지는 못했다.
펑펑 울면서 읽은 책을 떠올렸을 때 제일 먼저 생각 나는 책은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세상이 사라진다 해도>이다. 오묘한 색감의 표지와 판타지 적인 제목이 끌려서 선택했던 책인데, 방 한구석에 기대서 펑펑 울며 읽었던 기억이 있다.
좋아하는, 그리고 아끼는 책에 대해 생각하며 글을 쓰다 보니 역시나 지금 망설이며 읽지 못하고 있는 책을 얼른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푹 빠져들었던 책은 몇 년이 지나도 기억에 남고 마음에 남는다.
오랜 기간 나에게 남아있을 기억과 마음을 많이 마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