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일상
Day 70
우리 집 냉장고에는 늘 고기가 있다.
삼겹살, 갈비, 차돌박이, 찌개용 등심, 불고기 등 그 종류는 매번 다르지만 뭐든 꼭 채워두는 편이다.
우리 집에는 고기러버가 한 명 살고 있다. 식단에 고기가 없으면 안 된다며 투정 부리는 일은 없지만 확실하게 고기를 선호한다.
때문에 가공된 고기들도 늘 있다. 스팸, 비엔나, 떡갈비, 고기만두, 돈가스 등이 그것들이다.
덕분에 고기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내가 고기를 원 없이 먹고 있다.
동네 산책 중에 제일 좋아하는 건 시장을 거닌다거나 먹자골목을 거니는 일이다.
고기러버의 산책 중에는 지나가면서 먹을 것을 구경하고 새로운 식당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
역시나 오늘도 먹자골목을 거닐었다. 가는 길에 마주한 길거리 부스에서 어묵꼬치를 먹었다. 나 1개, 고기러버 2개.
그렇게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되돌아가려 발길을 돌렸는데, 고기러버의 눈이 반짝이며 걸음을 멈추었다.
고기러버의 시선에 따라 고개를 돌리니, 소고기 집의 광고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저걸 어떻게 봤어? 그냥 걸어가는데…?’
걸어가는 길목에 있던 것도 아니고, 걸어가는 거리 옆에 작은 골목에 걸려있던, 저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소고기 집의 현수막이 눈에 들어오다니,
매번 느끼지만 매번 놀라울 따름이다.
집에 가서 뭐 먹을까 대화하던 우리는 더 이상 식사메뉴를 정하려 대화할 필요가 없었다.
눈이 반짝이던 그를 집으로 데려가서 집밥을 먹일 단호함은 내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고기? 그래, 고기 먹자. 저기 갈래?‘
‘어, 아니 잠깐만 저기도 맛있는데. 저기 가면 고기 말고 다른 메뉴도 있어서 괜찮을 거야.‘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나를 배려한다고 다양한 메뉴가 있는 고깃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분명 저 소고기 집이 고기러버의 머리에 남아있는 게 보인다.
‘나 소고기 좋아해. 저기 가보자 안 가본 곳이라 궁금한데.‘
‘그럴까?‘
그제야 우리는 다시 소고기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는 소갈비와 진꽃살을 그리고 계란찜과 비빔냉면, 돼지껍데기까지 배 터지게 먹었다.
누구보다 행복해 보이는 그에게 다음에 또 오자고 말하자 더 행복해했다.
다음엔 야채 많은 샤부샤부 집에 가겠다는 고기러버의 말이 고맙기도 웃기기도 하다.
매번 식사메뉴를 정할 때마다 머릿속에 분명 떠오르는 게, 먹고 싶은 게 있는 거 같은 얼굴인데 꽤 오래 말하지 않고 망설인다.
내가 싫어할까 봐 고민하는 게 보여서 너무 웃기다. 그래도 오늘은 바로 먹고 싶은 것을 말해줘서 고마울 따름.
방금 고기를 거하게 먹었으니 내일은 제발 가볍게 먹고
내일모레는 고기러버의 최애 음식인 갈비찜을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