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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YSTAL KIM Jul 09. 2020

이번생은 정말로 다행이다


오래간만 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오래전에 인연인 그녀의 연락이 내게 닿았다.

'수정아, 잘 지내니?'
라는 문장과 스크랩한 사진을 함께 덧 해서 말이다.

작년 나의 생일날, 그녀는 반갑게 축하를 건냈고
이런저런 일로 정신 없다는 핑계로 나는 그녀의 생일을 챙기지도 못했다.

그녀와의 인연은 나의 첫 번째 직장과 관련이 있다.
그녀가 결혼을 하고, 직장을 정리하고 난후 몇 년이 흘러 나는 현재에 당도 했고, 가끔 이렇듯 그녀의 일방적인 포근한 배려로 안부를 묻는 관계가 되었다.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나는 예나 지금이나 미래를 설파하며 다니는 일을 현재도 일구고 있는 요즘이었다.

'언니, 잘 지냈어? 연락줘서 너무 고마워.'
'그래 잘 지냈어? 글 잘 봤어. 깜짝 놀랐어. 네 글이 올라와서 말이야. 보자마자 너라는걸 알았지. '
'나는 잘 지내. 이것 저것 하고 있는데 대략은  학교 소속으로 일하고 있어.'
'와. 멋지네. 내가 동경하던 걸 너가 하나씩 해내고 있는걸 보니까 너무 멋지다!'

서로 안부를 묻고, 언니는 아이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코로나로 정신 없는 하루 속에서
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삶을 보내면서
정말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것 같았다.

언니는 본인이 걸어가지 못한 나의 현재를 멋지다고 명칭했지만, 나 또한 내가 선택하지 못했던 현재를 꾸리고 있는 언니의 모습이 하도 따스해서 사진으로 보이는 순간들이 무감히 반짝여 보였다.


현재는 위험해서 얼굴을 보지 못하겠지만, 내년쯤 꼭 얼굴을 마주보고 와인을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약속했다.

그 때의 계절이 오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현재를 흘려야 할지 지금은 알 수 없는 것이지만
이따금 이렇게 닿는 이야기들로 내 하루는 포근해지곤 한다.

가끔은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나, 마음대로 날아가지 못하는 현실 그리고 이상에 부딪혀서 속이 아플때도 있다. 하지만 이렇듯 '너는 언제나 너답게 잘 하고 있다'는 식의 안부를 받을때마다 더 단단히 걸어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아무것도 일군 것이 없는것 같아보여도
이렇게 남아주는 마음들이 참 귀해서
이번생은 정말로 다행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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