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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YSTAL KIM Sep 24. 2020

내 어린 강아지와 나


날이 좋은 요즘, 4개월 차에 들어서는 심바를 포대기에 싸매고 가끔 걷는다.
아직 산책은 세상이 너무 험한것 같아서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곱게 껴안고 세상 구경을 시켜주는 식이다.

우리 심바는, 나뭇잎과 풀을 좋아한다.
한 번은 가지고추를 전부 와삭와삭 씹어먹고, 고추 잎까지 모두 씹어 먹은 일이 있다.
지금의 우리집 화단 앞엔 심바가 들어가지 못하게 묘한 철장이 쳐져 있다.

사람 먹는 음식엔 도통 관심이 없는 친구이지만, 이상스럽게 나뭇잎이나 풀들을 보면 입에 넣고 싶어서 아주 환장을 한다. 그런 심바를 보며 나도 환장을 한다.

품에 심바를 감싸 안고 길을 걸으면, 가을에 알맞게 아파트 단지 길이나 산책길엔 나뭇잎이 나뒹구는데 품안에 안긴 심바의  까맣고 작은 눈은 바쁘게 궁글러가고, 촉촉한 코는 끊임없이 향기를 찾아다니느라 바쁘다.
본인의 몸을 속죄이고 있는 나의 품을 벗어나 저 많은 나뭇잎을 모두다 잎안에 넣고 마리라 하는 굳센 기상이 느껴져, 가끔 무게가 1키로가 아니라 10키로가 되는것은 아닌가 하는 버거움이 들 때도 있다. 짧고 귀여운 팔 다리가 품 안에서 파닥거린다.

따뜻하고 안전한 봄이 오게되면 심바와 보폭을 맞춰 볼 수 있게 될까.
아직은 뭐든지 입에 넣고 싶어하는 심바의 성정과 그게 심바를 아프게 할 까봐 두려운 나의 불안함에 산책이라는건 조금은 먼 이야기 같지만, 서서히 두 발들이 마음을 맞춰 볼 수 있도록 지금은 이렇게나마 준비를 하고 있다.

매일매일 하얗고 작은 이 생명이 커가는걸 볼 때마다, 나는 눈물이 난다.
그래서 지나가는 고양이나, tv에서 보여지는 아이나, 그런 일련의 따뜻한 영상들만 보아도 눈에선 반사 작용처럼 눈물이 나기도 한다.
언젠가, 내 오랜 강아지가 떠나갔을 무렵에 다시는 같은 아픔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 다짐했지만, 또 다시 이렇게 작고 따뜻한 녀석을 품안에 넣으며 나는 또 세상의 모든 것들에 사랑스러워 못내 가여워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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