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이르게 점심을 먹고, 한적한 카페를 찾아 들어와 마주 앉았다. 어김없이 바닐라 라떼를 호록 호록 마시는 나에게 그 사람은 평소와 다른 표정과 말투로 조곤 하게 이야기했다.
"있잖아, 사실 난 네가 내 옆에 없을 거라고 생각해 본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 그런데 이렇게 고작 하루 이틀 겪어보니, 이게 정말로 꽤나 힘들어. 네가 많이 생각이 나. 나는 혼자서 점심 먹는 걸 좋아하지 않고, 사실은 커피도 혼자서 마시지 못하겠어. 그리고 옷 고르는 것까지도. 네가 옆에 있을 땐 몰랐는데, 그동안 네가 참 많이 나를 배려하고 아껴줬구나 싶어서, 요즘엔 좀 그래."
"요즘에 많이 힘든가 보네요. 한 번도 그런 말 안 하더니."
"그냥 허전한가 봐. 내 스스로가 걱정인가 봐. 솔직히 네 걱정은 안 해. 넌 어디서든 잘 해낼 테니까. 네가 하고 싶은걸 마음껏 하겠지. 그리고 이루겠지. 그런데 나는, 사실 네가 부럽기도 하고 난 이제는 하고 싶은 거나 이루고 싶은 게 없거든. 어쩌면 그냥 네가 없는 여기에 정이 떨어졌을 수도 있고. 실은 요즘엔 나도 나를 잘 모르겠어."
"뭐, 나는 늘 여기 있을 건데 뭐가 걱정이에요? 이렇게 연락 주면 달려 나올게요. 오늘도 그렇죠. 전화 와서 이렇게 금방 나왔잖아요."
"하긴, 너는 달려 나와 줄테지. 맞아. 너는 나에게 늘 그랬어. 나한테 잘해줬지. 그래서 문제야, 너한테 의지하게 되어버려서 이제는 너 없는 하루가 버겁거든. 열 살이나 어려가지고는 감히 나를 컨트롤하다니. 하여튼 문제야, 네가 말이야."
"그렇네요, 내가 문제였네. 하여튼 내가 문제. 거 참, 문제가 많은 사람이네요."
".... 근데 있잖아. 내가 옷 사고 싶은 게 있는데 잘 모르겠는데 같이 봐줄 수 있겠어?"
"어쩐지 아까 서론이 길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오늘의 본격적인 본론일까요?"
" 오 역시, 눈치가 빠른데. 똑똑하네. 이래서 네가 마음에 든단 말이야."
이리저리 쓸데없는 이야기들 투성이었지만, 특유의 무뚝뚝함에서 묻어 나오는 갑작스러운 아찔한 고백도 나는 이 사람이라면 싫지 않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었으니까. 내가 울면 더 크게 울어줬고, 내가 웃으면 더 힘차게 웃어주던 사람이었으니까. 그리고 이 사람은 앞으로도 그럴 테니까. 그럼 나도 영원히 무슨 일이 있어도 힘껏 편 들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