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닿을 듯이 멀어지는 타인들의 거리에서 당신이 사라져버린 후에 나는 전율하는 모든 순간들에게 묵념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어요
내가 고요히 슬픔을 알아갈 때 머리 위엔 뭔가 뭉클한 것들이 내려앉고 내 신발 속에 수수께끼를 푸는 착한 천사들이 다녀가기도 했어요
내가 길 끝의 낭떠러지로 가면 천사들은 나를 업고 달려가 방에 눕혀놓곤 했지요
책상에는 농담 같은 일기와 진담 같은 詩몇 편
언젠가 당신은 눈먼 거미의 호주머니에서 내 유서를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르겠어요 이해하려고 했지만 이해 할 수 없는 내용들로 가득한
그것은 우리가 물어뜯고 해체한 시간이에요 나에게 온 적이 없는 당신의 시간이에요 다 알고 있으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문장을 쓰고 있어요
모르는 척 하는건지 정말로 모르는 것인지 누구나 하나쯤 이런 기억을 지니고 살지 않을까. 솔직하게 써내려간 시인의 문장들에 화들짝 놀랐다. 몰래 숨겨놨던 이야기가 떠오르는듯 해서.
시가 너무 좋아서 H 에게도 슬몃 보여줬다. 아니나 다를까,
"너는 이런게 좋아? 그리고 유서를 왜 쓴다니?"
"음. 유서요. 아마도 정답은 아닐테지만, 여기서 유서라고 표현된건 거미가 눈멀 만큼 오래도록 사랑하고 내가 죽으면서 까지도 오래도록 열렬하게 사랑했다 내지는 사랑했었다 라는걸 표현하기 위해서 사용된거라고 생각해요. 절절하게 탄원하듯 당신을 사랑해왔다고. 유서만 쓸 수밖에 없는 그런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