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상처를 벗고, 내 마음에 누군가를 초대하고 싶다면
열병과 같던 연애와 이별의 장례식이 끝이 났다. 지독한 감정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는데, 2019년 겨울부터 2020년 봄까지 6개월이 걸렸다. 지금의 안정적 연애까지 좋은 사람을 만난 것도 있지만, 그 사이 내가 무엇이 달라졌을까 많이 생각해본다. 그 시작은 내 중심적 사고(셀프러브)에서 벗어난 거였다.
어떤 사람에 대한 배신감과 억울한 마음에 사로잡히게 되면 일상이 무너져내린다. 화를 내기도, 울어 보기도, 복수를 꿈꾸기도 했다. 결국 복수가 복수를 불렀다. 소중한 것을 잃고나서야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이토록 슬픈 것은 사랑했던 그 사람을 잃어서가 아니라, 너무 소중한 나에게 상처 준 그들이 너무 미웠던 거란 걸.
처음엔 나의 상처에 너무나 집중한 것이다. 내가 이만큼 아팠으니까 상대에게 보상 받으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동했다. 그게 아니라면 상대방도 나와 같은 수준의 아픔이 있어야 한다고 여긴 것이다. 작년 유행했던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김희애의 배신감은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그 상처에 매몰되면 공감받지 못하는 괴물이 되버린다. 설사 상대를 똑같이 아프게 하는데 성공할지라도, 결코 후련하고 통쾌한 감정과는 거리가 멀다.
그쯤에 논스에 들어와 다행/영원과 현자타임을 기획하며 '에고'를 놓는 것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할 수 있다'는 개척의 세계관을 새긴지가 벌써 몇 십년이기에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이 본능에 거스르는 것 같은 행위를 다음 연애를 시작할 때 하루하루 새겼다.
다행과 영원과 함께한 현자타임:
https://brunch.co.kr/@sujin-keen/31
대한민국의 대표적 연애 전문가인 누군가는 스스로를 더 사랑하기 위해 못난 연인과 헤어지고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를 보내라고 한다. 이별 후폭풍의 한가운데 있을 때는 나도 나를 정당화했다. "내가 너무 소중하니까" 그 사람과 그만두겠어 라고 되새긴다. 하지만 이내 "내가 너무 소중하니까" 다시 그 사람에게 가서 따지게 된다. 마인드셋의 중심이 여전히 나에 있다면, 통제되지 않는 주변의 상황에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가시지 않는다.
그런 억한 감정에서 벗어나게된 계기는 더 큰 앵글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내가 누군가에게는 똑같은 상처를 주지 않았을까? 저 사람도 언젠가는 똑같은 상처를 받겠지. 나도 결국 똑같이 상처를 줬던 한낯 인간이었다. 그 상처 쿠션 이번에는 내가 먹는 거지. 내 인생이 "너무 소중해서" 티끌하나 없어야 할 건 아니잖아?
내가 나를 조금만 내려놓으면 만나든 헤어지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런 마음을 훈련하자 오히려 더 좋은 사람이 찾아왔다. 누군가 내 마음에 들여놓고 싶다면, 조금은 나를 덜어내보자. 그 사람을 위한 공간이 마련될 수 있도록 말이다. 자기를 내려놓을 수 있는 성숙한 어른들끼리의 만남은 연애가 아닌 다른 언어가 필요할지도.
한 고대 시에 '사랑하면 용기가 생긴다'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어요. 왜 사랑하면 용기가 나오지? 용기는 전장에 나가는 전사들이나, 퇴사하고 스타트업할 때나 나오는 것 아닌가?
그 용기보다 더 큰 용기가 있더라고요. 나를 해하려 해도 나쁜 마음을 갖지 않고 그대로 다 받아드릴 수 있는 용기. 상처를 주려해도 다 받아줄 수 있는 용기. 조건없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는 용기.
작년에 가장 큰 깨달음을 안겨준 Forever Kim의 말을 남기며. 사랑은 온전한 나를 이해받으려는 과정은 아니에요. 물론 누군가 나에게 커다란 용기를 내주기로 한다면 그런 나를 품어주겠죠. 그건 누군가에게 선택을 받는 긴 기다림을 견뎌야 하잖아요. 이왕 누군가를 사랑을 하기로 결심했다면, 상대방에게 '나를 비울 수 있는 용기'를 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