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듯 살아가기

삶의 깊이를 더해가는 시간

by 이수진




어디 수정할 데 없을까?


과제를 하고 업무를 처리하고 일상 속의 많은 일을 하면서 내가 만들어낸 흠을 찾아낸다. 가끔 끝나지 않는 수정의 늪에 빠져 앞으로 나아갈 힘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무언가를 끝낸다는 것은 내 실력이 드러나는 일이기에 계속 망설여진다.

디자인을 하며 업무 지적을 받으면 나를 공격한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특별한 요청사항 없이 내가 알아서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수정 요청을 받으면 당황스러웠고 가끔 화가 나기도 했다. 나의 최선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껴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완벽하지 않은 내 모습을 들켰다고 느껴져서일까?

언제나 완벽함을 추구해서 그런지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은 나에게 더 힘든 일이었다. 취미생활을 할 때도 요리를 할 때도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쉽게 의욕을 잃어버렸다. 어떤 일을 해도 전문가가 되어야 할 것 같았고 힘을 빼기 어려웠다. 그래서 한동안 요리를 안 했더니 내가 만든 음식이 맛이 없다고 느껴졌고, 요리를 하기 싫어졌다.

열심히 챙겨 먹다가 의욕을 잃어버렸던 어느 날, 잘 챙겨 먹으라는 친구의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아서 오랜만에 장을 보러 갔다. 야채를 조금 사서 집에 돌아와 요리를 하다 보니 요리하는 과정이 삶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단한 요리를 할 때도 까다롭게 재료를 고르고, 고른 재료를 다듬고 볶아내고 간을 맞추는 시간이 필요했다. 요리를 할 때도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나는 삶을 살아오면서 변화가 필요한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완성된 모습만을 바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리를 하며 레시피를 따라 하기도 하지만, 가끔 손이 가는 대로 만드는 것이 더 즐거울 때도 있다. 어울리는 재료를 조합해보고, 어우러진 향을 느끼고, 깊이 있는 맛을 더해가는 과정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을 거라는 안정감을 준다. 삶의 깊이를 더해가는 과정은 때로 이렇게 삶을 즐기는 사이에 찾아오기도 하는 것 같다.


혹시라도 손이 미끄러져 설탕을 들이붓거나 재료가 모자랄 때도 있겠지만, 실수를 만회할 기회는 언제든지 주어진다. 같은 요리를 해도 요리하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다른 것처럼 나만의 맛이 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기에 더 다양한 것을 경험하며 내 삶의 깊이를 더해가고 싶다. 간이 조금 세면 밥을 한 숟갈 더 먹고, 조금 심심하다면 건강한 저염식이라고 위안하며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내 삶을 바라보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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