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20분 전 갑자기 급하게 처리해야 할 업무를 받았다. 오랜만에 집에 일찍 들어가는 날이라 이것저것 계획을 세웠는데 잘 지켜왔던 마음이 날카롭게 변했다. 일을 마무리하느라 평소보다 늦게 나왔더니 지하철에 이미 사람이 가득했다. 평소 같았으면 다음 열차를 기다렸을 텐데 이것도 놓치면 집에 더 늦을 거라는 생각에 무리하게 지하철에 올라탔다.
나는 단지 내 몸과 마음을 안전하게 지키고 싶을 뿐인데 보호받지 못한 마음은 가끔 나를 위한다는 이유로 나를 힘든 길로 내몰기도 한다. 이미 지친 마음은 의욕이 없고 날카로워져 있는데 쉬기 위해 빨리 집에 가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친다.
쉬고 싶지만 빨리 가고 싶기도 하다. 지금까지 내 삶을 대해 왔던 방식이다. 몸이 약하고 체력이 좋지 않아 예전부터 자주 아프고 쉽게 지쳤다. 그래서 잘 쉬고 회복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 시간에 앞서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더 쉽게 눈에 들어왔다. 쉽게 불안해졌고 힘든 마음을 끌어안고 달리다가 넘어지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여유를 즐기고 싶었지만 내가 멈춰있는 시간에 누군가가 나를 앞지르는 것은 싫었다. 쉬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쉼을 누리면 되는데 가만히 시간을 보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앞지르는 사람들에게 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나를 괴롭힌다. 쉬기 위해 달려가는데 달리기는 멈출 수 없었다. 나는 과연 어디를 바라보고 달려가고 있던 걸까?
이제는 조금씩 내 마음을 다독이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누군가를 앞지르는 것보다 내가 한걸음 나아갈 힘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나에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내 속도로 걷기 위해서는 내 마음부터 채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