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는 자신의 ‘민낯’을 비추는 거울

진짜 ‘나’를 만나는 일

by 어떤이

자신의 밑바닥을 그대로 보게 되는 일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결혼식 준비였다면, 나의 본질을 가까이서 직면하는 일이 결혼 생활이다. 결혼을 하기 전 주변에 이미 결혼을 한 이들로부터 한결같이 듣는 말이 결혼은 ‘현실’이란 얘기였다. 그 현실이라는 단어가 내포한 뜻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제 와서 보니 나를 알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 직접적이고 확실한 방법이자, 그야말로 리얼리티의 끝판왕이기 때문에 그런 단어를 쓰지 않았나 싶다.




결혼은 미디어에서 보듯 막 설레고 핑크 빛 기류가 맴도는 그런 환상이 아니다. 그보다 사회적 가면으로 은폐해 두었던 자신의 본모습과, 싫어하는 자아상까지도 숨김없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연애이고 결혼이다. 우리는 가장 편하고 가까운 존재 앞에서 자신의 속살을 드러내게 된다.


내가 얼마나 예쁘고 잘났는지 보다 얼마나 치졸하고, 이기적이고, 악한지를 그 어느 때보다 적나라하게 보게 될 것이며, 싸움이라도 하는 날에는 내가 살겠다고 온 힘을 다해 사랑하는 상대를 공격하는 못난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내가 부족해서, 뭔가 잘못되어서 그런 게 아니다. 감히 예상하건대 신은 결혼을 원래 이렇게 설계하셨다. 이런 나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 별로인 상대를 만났기 때문이라고 남 탓을 하면 답이 없다. 안 맞는 상대를 만나서가 아니라 내가 숨기고 싶었던 원래 모습을 배우자를 통해서 제대로 보게 된 것일 뿐이다. 이 사실을 바로 인지하는 것부터가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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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기회


결혼은 인격적으로나 신앙적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다. 나와 이렇게 다른 사람이 내 옆에 없었다면 여전히 나는 내 것만이 옳다는 자기중심적 모습을 유지했을지도 모른다. 상대와 함께함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자기 성찰과 변화를 꾀할 수 있다. 또한 주님이 없이는 내가 이렇게 연약하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임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느끼는 계기도 될 것이다. 가정 내에 이런 장치가 있어 서로가 더 좋은 성품으로 성숙될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물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주는 이가 있어 행복한 것 또한 결혼이 가져다주는 유익이다. 결혼을 하면 더 이상 누가 내 짝인지 의심하며 서성일 필요가 없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 안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그렇게 둘은 서로의 안전기지가 되어 각자의 연약함을 보듬으며 하나가 되어간다. 이러나저러나 더욱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면 그야말로 성공적인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도 나도 이전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는 이 성숙의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일은 꽤나 흥미롭고 의미가 있다.






예수님이 걸어가신 십자가 길은 수치와 조롱의 길이다. 그 길은 핏빛 가득한 가시밭길이었지 평탄한 꽃 길이 아니었다. 결혼의 길도 이와 같다.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새로운 꽃 길의 시작이라 생각하지만, 결혼은 본격적으로 나의 자아와 마주하게 되는 현장이자 결국에는 죽어야 살게 되는 좁은 길을 걷는 오랜 여정이다. 결혼을 하면서 여태껏 머리로만 알던 신앙이 실제가 됨을 경험한다. 죽음의 길은 고통이지만 부활이 있음을 믿을 때 생명의 길이 된다. 결혼 역시 힘든 과정들이 있지만 동시에 해보기 전에는 결코 알 수 없는 인생 가장 큰 신비가 있는 여행임에는 틀림이 없다. 스스로가 연약함을 인정하고 수정할 의지만 있다면 그리고, 이 과정들 마저 즐길 마음이 있다면 당신은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 결혼은 책이나 다른 간접 경험으로는 살 수 없는 가치로운 일이다. 그대에게 이전에 맛보지 못했던 스펙터클 하고 찬란한 새 길을 열어줄 것이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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