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여행의 시작과 끝
여행할 도시와 비행 편이 결정되면 그다음부터는 숙소 선정에 심혈을 기울인다. 이번에도 전체 여행스케줄과 항공편을 하루 만에 결정한 뒤, 숙소 선정에 집중적으로 4주에 가까운 시간을 썼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고? 나의 경우 도시에서 머무는 동안의 활동과 도시 간의 이동 교통편과 편의성을 모두 포함하여 숙소를 결정하기 때문에, 사실상 숙소를 가장 마지막에 예약하게 된다.
이번 스페인 여행의 경우 변수가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었다. 오전 7시가 넘어 날이 밝아오고 저녁 9시는 되어야 해가 넘어가는 환경에 더해 낮시간 해가 상당히 뜨거워 시에스타를 즐길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해야 했고, 추가로 평소 활동성이 낮은 가족구성원들의 특성을 반영해야 했다. 하루 3천 보도 걷지 않는 집돌이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논스톱으로 일정을 소화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오전 일정을 하나 소화하고 점심식사 후 숙소에 들어와서 휴식을 취하고, 해가 조금 약해진 저녁 7시쯤 다시 외출을 할 수 있도록 중간에 최소 3시간의 휴식시간을 배분했다. 반드시 보거나 경험해야 하는 것만 남기고 일정을 최소화했고, 동일 구역 내 주요 장소 방문 일정을 하나로 묶어 조금 비용이 들더라도 동선의 가장 중간에 숙소를 잡았다.
예를 들어, 처음 바르셀로나에 머무는 일정에 가우디 투어와 FC바르셀로나 박물관 견학이 있었고 말라가로 기차 이동을 결정했기에, 세 곳을 모두 관통하는 L5 지하철 노선 중 사그라다 파밀리아 역에서 200미터 떨어진 숙소로 잡아 가족들의 동선을 최소화했다. 그리고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제대로 보고 싶었던 나의 소원도 충족했다. 식료품을 사러 가거나 조깅을 할 때, 집 앞에서 커피 한잔 하며 관광객이 한산한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원 없이 눈에 담아왔다.
2주간 머물던 말라가에서는 Summer Camp와 해변 접근성이 좋으며, 뷰가 좋고 넓은 테라스를 가진 숙소를 구해 자연과 풍광을 최대한 즐기다 왔다.
그라나다에서는 알함브라 궁전 중 나시리 궁이 바로 올려다보이는 숙소를 구해 아침, 저녁으로 테라스에서 커피와 맥주를 마시며 멍 때리는 시간을 보냈다.
숙소는 보통 에어비앤비를 통해 구하는데, 저렴한 것만 찾으려고 하지 않고 Super Host나 Guest’s Favorite 숙소 중에서 찾는다면 크게 실패할 확률은 줄어드는 것 같다. 위치와 집구성이 마음에 들면 가장 낮은 점수를 준 사용자들의 평을 집중해서 읽어서 내가 고려할 사항인지 참고한다. 한 숙소의 경우 해변으로 길이 이어져있어 숙소 주변에 유동 인구가 많아 주변이 조용하지 않다는 낮은 평점을 보고, 오히려 이른 아침 조깅과 혹시나 모를 밤 이동에서 안전하겠다는 확신이 들어 그 집을 선택하기도 했다.
매일 한 끼는 한식을 먹어야 하는 가족들의 식성을 고려해 주방시설과 식료품점의 위치를 미리 점검하고, 인테리어와 청결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딸을 위해 사진과 청소 상태와 관련된 평을 찾아보고, 가족들의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편을 위해 관련 리뷰를 확인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를 위해, 아름다운 전망을 갖춘 곳을 결정한다. 이러니 가격이 비싸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