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가에서 2주

말라가와 Summer Camp

by 일하는 노진지씨

스페인에 도착 후 바르셀로나에서 2박을 하고, 3일째 되는 날 일요일 오후 5시 40분 드디어 말라가 마리아 잠브라노역에 도착했다. 말라가는 스페인 최남단 안달루시아 주에 속해있는 교통 중심지이자, 태양의 해안 (Costa del Sol)이라 불리는 지중해 연안 관광지역의 대표도시이다. 유럽을 지나가는 대표 크루즈 항로가 말라가를 거쳐 가고, 그래서인지 고급 골프 리조트도 도시를 주변으로 많이 분포되어 있었다. 물론 나는 이 여행지를 큰 고민 없이 골랐기 때문에, 이 모든 정보는 현지에서 돌아다니며 알게 된 것들이다.

tip) 왜 말라가역은 Malaga-Maria Zambrano라는 긴 이름을 사용할까?

Maria Zambrano (1904 - 1991)는 말라가가 고향인 스페인을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시인이자 에세이스트로, 스페인이 낳은 걸출한 여성 지식인을 기념하고 지역적 자부심을 강조하기 위해 2011년 역의 이름에 그녀의 이름을 넣었다고 한다.

바르셀로나-마드리드-말라가 이동을 함께한 iryo 열차 노선도

태양의 해안 (Costa del Sol)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단어가 아닌가? 아이들의 Summer Camp가 도시를 선택한 유일한 이유였기에, 우리는 말라가 도심지에서 약간 떨어진 La Cala del Moral이라는 마을에 2주간 자리 잡았다. 학교가 있는 마을이다. 어른들은 등교시간 이후 휴식을 취하거나 도심지 관광을 가곤 했는데, Centro까지 버스로 25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고 시간당 2~3대의 버스가 다니고 있었기에 현지에서 큰 바쁠 일 없는 우리는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1주일 동안 버스카드 20유로 충전을 하고 가족모두가 Centro왕복에 사용했으니 비싼 물가를 자랑하는 스페인 여행 중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한 돈인 듯하다.


tip) 버스카드 만들거나 충전하는 것은 동네 tabaco에서! 담배를 파는 곳이지만, 버스카드와 복권과 작은 스낵등을 파는데, 예전 우리 시골마을에 가면 버스정류장 바로 옆 작은 슈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근데 이 동네 사람들은 정말 복권에 열광하는 것 같다. 버스카드 사려고 보면 줄이 엄청 긴데 다들 복권을 사는 사람들이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이는 태양의 해안, Costa del Sol

마을은 해안가를 중심으로 펼쳐져 있어 각자의 집에서 언제든 조금만 걸어 나가면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아침 7시 15분 어둠이 가시고 날이 밝아오면, 본격적으로 해변을 청소하고 큰 롤러장비가 들어와 모래를 정리 정돈한다. 작업이 끝나가는 8시 30분이 넘어가면, 하나 둘 비치체어와 파라솔을 들고 해변으로 나오기 시작하고 마을의 하루가 시작된다. 아이들이 등교를 완료한 9시가 넘어가면 러닝을 하거나 카페에서 아침을 먹는 관광객들이 몰려나오고, 해변이나 학교 앞에서 안면을 튼 학부모들이 서로 반갑게 손을 들어 아침인사를 전한다.

머물렀던 마을 La Cala del Moral, 언제든 바다로 뛰어가는 아이

아이들은 수영복을 입고 9시까지 등교하는데, 준비물이 일반 학교와 다르게 요란하다. 수영복과 갈아입을 옷, 모자, 선크림, 비치타월과 중간에 먹을 간식과 물. 그도 그럴 것이 오후 2시 하교할 때까지 총 5시간 중에 언어수업 1시간, 해변 스포츠 2시간 30분, 게임 1시간으로 수업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활동을 편리하게 도와줄 개인 준비물들이 필요한 것이다. 아침에 보낸 아이들은 매일 조금 더 까매져서 하교를 했다. 그리고 오늘 하루 얼마나 더 검어졌는지가 얼마나 더 잘 놀았냐의 징표라도 되듯이 서로 자랑을 해댄다.

Summer Camp를 보낸 La playa Language School

핫도그나 스낵을 간식으로 싸줬지만 워낙 활동이 많은 수업이었기에, 오후 2시에 맞춰 아이들의 식사를 준비해야 했다. 배부르게 점심을 먹은 아이들은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스페인 국민 스포츠인 시에스타 Siesta를 즐기다가, 5시가 다 된 무렵 일어나 간단한 음식을 먹고 또 바다로 뛰어간다.


마을 해변의 피크타임은 오후 6시이다. 가장 해가 센 오후 4시 전후를 피해 집으로 들어가 있다가, 조금 견딜만해진 오후 5시 30분이 넘으면 하나 둘 물놀이를 즐기러 모여들기 시작한다. 해변이 워낙 길어 처음엔 따로 놀던 아이들도 하루이틀 지나며 서로 만나는 장소를 약속하고 헤어졌고, 결국 6시쯤 다시 친한 친구들을 만나 또 2시간이 넘는 물놀이를 하며 하루가 가는 걸 붙잡았다. 처음에 어색했던 부모들도 근처에 파라솔을 펴고 비치타월을 깔고 앉아 서로 맥주와 간식들을 교환하며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는다. 그러다 9시가 다 되어가면, 마지막 파라솔들이 걷히고 집으로 향한다. 마을에 어둠이 내려앉을 무렵이 되면 해안가를 따라 식당에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고, 해산물을 요리하는 냄새가 해변을 따라 퍼진다.

나는 이 마을에서 해안가를 따라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러닝을 즐길 수 있었고, 맛있는 빵과 커피를 즐기고, 신선한 제철 과일을 배부르게 쟁여놓고 먹을 수 있었다. 마을의 규모가 적당해서 까르푸와 보건소, 큰 약국이 있어 응급 상황 대응도 편리했으며, 모든 가게의 직원들은 친절했다. 내가 외워온 스페인어를 한마디만 하면, 그들은 격하게 반응해 주었다. 유튜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그 어떤 것도 느낄 수 없었다. 관광객도 주민들도 모두 마음의 여유가 넘쳤다.


말라가가 더 낭만적으로 느껴졌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안전함’ 때문이 아닌가 한다. 가방이나 핸드폰 소매치기의 위협이 없었고, 늦은 시간 외출에도 신변의 위험을 느낄 수 없었다. 모두가 서로 손을 잡고 느릿느릿 밤을 즐기는 분위기는 유명 관광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잔잔한 평화가 있었다. 아… 다시 생각하니 말라가 냄새와 함께 달콤한 그리움이 올라온다. 또 가고 싶군…


오늘 글은 너무 길어져서, Summer Camp와 관련한 상세한 후기나 말라가 도심지 여행은 적지 못하겠다. 다음 편들로 그 이야기는 넘겨보겠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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