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가에서 2주

썸머 캠프 때문에 스페인에 갔다고?

by 일하는 노진지씨

휴가 다녀왔어? 스페인? 며칠이나? 야~ 좋았겠다.

그럼, 구석구석 다 가봤겠네? 한도시에 거의 머물렀다고? 어디? 말라가? 처음 들어 봤는데….

거기서 뭐 했어? 뭐? 썸머 캠프 때문에 스페인에 갔다고? 스페인어 배워?


지난여름 가족여행을 누군가에게 설명을 하고자 하면, 마치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동일한 순서로 질문을 해 왔다.

그리고 나는 반복된 답변을 하며, 질문을 다 받지 않고도 상대의 궁금함을 해결할 수 있도록 간단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입사하자마자 배웠던 30초 보고, 엘리베이터 스피치를 이렇게 쓸 줄이야. 역시 배워놓은 건 어딘가 쓸데가 있다고!


썸머 캠프까지 이야기가 흘러오면, 자녀의 유무에 따라 질문의 깊이가 달라진다.

육아와 보육의 의무가 필요 없거나 끝난 사람들은 ‘그래서, 영어 많이 늘었어?‘라는 가벼운 질문을 하고, 학부형들은 진지하게 수업방식과 아이들의 반응에 대한 질문을 한다.

학교는 말라가 도심지에서 20km 정도 떨어진 La Cala del Moral의 해변가에 위치하고 있고, 공식 명칭은 La playa escuela de espanol (www.escuelalaplaya.com)으로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언어수업과 이와 관련된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곳이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상당히 아기자기해서 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낸 느낌이 든다. 이중 우리가 등록한 코스는 여름 총 6주간 (7월 첫 주~ 8월 둘째 주) 진행하는 International Summer Camp로 만 4세~ 16세까지를 대상으로 하고, 스페인어반과 영어반 클래스가 나이대별로 그룹을 나눠서 운영된다. 어떻게 이 캠프를 골랐어요?라고 묻는 다면 나는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다. 친구 따라 강남이 아니라 무턱대고 스페인까지 날아간 사람인데, 그냥 친구의 선택을 200% 신뢰한 그러며 게으르기까지 한 엄마라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할 수밖에 ^^ 그래도 인생 처음이자 어쩌면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해외 썸머 캠프를 보내고 옆에서 지켜본 엄마로 후기 정도는 쓸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렇게 글을 써본다.


캠프 등록은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자유롭게 주간 단위로 등록을 할 수 있는데, 여행기간에 맞춰 우리 아이들은 총 2주를 등록했다. 25년 여름 기준 등록비는 1주일에 100유로로 두 아이 모두 400유로의 수업료를 냈고, 온라인으로 등록 신청을 접수하고 나서 수업료의 25%인 100유로를 학교 계좌로 송금하니 등록이 완료되었다는 확정 메일을 받을 수 있었다. (태어나서 해외송금을 처음 하다 보니, 계좌번호 똑바로 못 넣을까 봐서 엄청 떨었던 기억이 ㅎㅎ) 보면 알겠지만, 수업료가 싸다는 것도 이 학교의 큰 장점 중 하나다. 스페인에서 가족 외식 한번 하면 100유로는 그냥 나가는데 그 돈으로 한 주간 아이들 수업을 한다니… 그야말로 혜자이다. 우리는 이미 2월에 항공권과 숙소, 썸머 캠프 등록까지 완료했는데, 여행이 한 달쯤 남았다고 생각할 때 학교에서 What’s App을 깔아달라는 안내 메일이 왔고, 그 후로는 사전 준비사항, 등교 준비물, 그리고 캠프 기간 동안 학부모 소통을 What’s App을 통해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스페인어는 하나도 모르니 두 아이를 모두 영어반에 등록했는데, 직접 가보니 영어반은 스페언어권 친구들이 주로 참여하다 보니 수업을 못 알아들으면 선생님들이 스페인어로 보조 설명을 해주었고, 반대로 스페인어 반에는 영어가 조금은 친숙한 아이들이 참여하다 보니 스페인어 기초를 배우는데 영어로 보조 설명을 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이루어졌다. 그래서 영어의 친밀도가 높은 큰 아이는 스페인어 반으로 변경해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었고, 영어나 스페인어나 불편함이 유사했던 둘째 아이는 처음 들어간 날 사귄 스페인 친구와 아르헨티나 친구와 헤어지기 싫어 영어반에 계속 머물렀다. 둘째에게 “언어가 안되는데 친구를 어떻게 사귀었니?”라고 물었더니, “왜요? 그냥 같이 놀면 되는데, 우린 서로 인생 베프예요!”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학교 수업 5시간 동안 (오전 9시 ~ 오후 2시) 어학수업은 한 시간이고, 해변 스포츠 2시간과 댄스 및 게임 한 시간 등으로 수업이 구성되어 있으니, 둘째 아이에겐 나를 향해 환하게 웃어주고 같이 몸으로 놀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그것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리라…

학교는 오전 9시까지 등교를 하는데 수영복을 안에 입히고, 샌드위치나 스낵등의 간식을 싸서 등교를 한다. 여기서 고백을 하자면, 처음으로 핫도그와 샌드위치를 싸서 아이들 등교가방에 넣어주는 생활을 해봤는데, 손에 익숙하진 않아 고생이 많았다. ^^ 아이들의 수업 중 해변 스포츠가 매일 거의 2시간을 차지하다 보니 준비물로 수영복과 모자, 선크림, 비치타월이 필수인데 준비가 부족하더라도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마을 중심부에 까르푸가 있고, 마을 곳곳에서 해변용품을 파는 가게가 있다 보니 현장에서 구매하는 것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우리도 아이들 첫날 다녀와서 더 필요한 것은 까르푸에 들려 추가 구매를 했으니까


썸머 캠프에 등록하며 내가 원했던 딱 하나는 다른 문화권의 또래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었다. 나는 내 아이들이 다른 문화권 국가와 인종에 대한 선입견과 두려움 없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길 바라고, 이를 통해 향후 지리적이거나 문화적인 이슈로 자신의 한계를 규정하지 않게 되길 소망한다. 책이나 콘텐츠로 배우는 지식의 이해가 아니라 짧더라도 체득을 통해 아이들의 눈이 조금 넓어지길 원했다. 그 결과를 확인하는데 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일이고, 또 영원히 확인을 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 저 멀리 보이는 바다의 해변까지는 데려가 발을 젹셔줘봤으니 이다음에 한발 더 들어갈지 말지는 아이들의 몫으로 남겨두겠다. 수업을 듣는 친구들이 스페인, 스페인어를 사용하지 않는 유럽 친구들이 대부분이었고, 부모나 조부모가 스페인어를 사용하지만 자신들은 모국어가 영어가 된 …. 그래서 언어를 잊지 않기 위해 참여하는 아메리카 대륙의 친구들도 있었다. 우리 같은 아시아권 친구들은 거의 없어서 마을에서는 우리가 지나가면 한 번씩은 다시 쳐다보곤 했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다양한 문화에서 온 친구들을 만났고, 그들의 특이한 습관과 관심사도 이해하게 되었다. 큰 아이는 sns로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연락을 하며 지내고 유학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둘째 아이는 유럽의 지정학과 역사에 관심이 생겨 스스로 공부를 하고 있으니 이것으로 나는 좋은 한 발을 내디뎠다 생각해 본다.


어학 성과에 대해 굳이 물어본다면, 부끄러움이 많고 심지어 MBTI 대문자 I인 나의 두 아이가 맘속으로 돌아다니는 이야기를 뱉는 데만으로도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거기서 친구들을 사귀고, 식당에서 스페인어와 영어로 메뉴를 주문하고 결제까지 해본 걸로 아이들의 실력이 늘었다고 갈음하고자 한다. 특히 첫째의 경우 한국식 교육을 잘 받았기 때문에 읽고, 쓰고, 프레젠테이션 하고, 문제 푸는 것은 곧 잘 하지만 프리토킹이 잘 나오지 않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성격도 내향적이고 중학생이다 보니 언어를 잘 못하는 것을 더 부끄러워해서 더 입을 못 따면 어떡하지 걱정을 했는데 …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도 K Culture에 대한 호감과 때마침 직전에 공개된 K-pop Demon Hunters를 보고 온 또래에 둘러싸여 질문세례를 받다 보니 첫날부터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생각이나 해봤겠는가…. 스페인 해변에서 K-pop을 내 아이와 같이 부르고 있는 금발 소녀들을 한 프레임에서 보게 될 줄이야….


아이들이 하교 후 해가 조금은 약해지는 6시쯤 되면 다시 해변으로 모여든다. 그러면 여러 국가에서 온 부모들과 아이들은 엉켜서 서로 짧은 대화도 나누고 간식도 나누며 가벼운 교류를 한다. 이미 수영복을 입고 모래사장에서 만난 사이들이다 보니 마을에서 어떤 옷을 입고 다녀도 부끄럽지가 않다. 아이 등교 시키며 러닝이나 산책을 하는 부모들에게 카페 파라솔 아래에 앉은 다른 부모가 손을 들어 인사해 준다.


아이도 나도 새로운 문화에 던져졌고, 우리는 그 경험으로 행복해하고 만족했다. 물론 짧은 시간이지만 어학적으로도 성장한 친구들이 있었고 실제 보기도 했지만, 내가 보지 못한 그들의 수많은 노력들을 알 수 없기에 썸머 캠프만으로 얻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썸머 캠프는 멍석을 깔아주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거기서 무엇을 보여주고 얻어올지는 개인에 따라 다를 것이다.


친구 따라 스페인 간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유행에 따른 타인의 추천이 아닌 가장 개인적인 이유로 캠프를 보낼지 말지 결정하길 추천한다. 깊은 고민이 없었던 나는 너무나 운이 좋게 만족하고 돌아왔지만, 개인마다 만족은 다른 잣대를 가지고 있기에 그 잣대에 대한 신중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자신의 아이들을 가장 잘 아는 부모가 아이의 특성과 자신의 가치관을 고려해서, 과연 썸머 캠프를 보내야 할지 말지, 보낸다면 어떤 특징의 학교로 보내야 할지 고민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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