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편 결정 전, 많은 후기를 확인해야 한다.
바르셀로나 인아웃으로 항공편을 예약했고 말라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머물다 보니 말라가 - 바르셀로나 사이의 이동 교통편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이 컸다. 비행기로 이동하는 가장 편안한 방법이 있었지만, 왠지 이번 스페인 여행에서 모든 종류의 이동 편을 다 이용하고 싶다는 욕심이 불끈불끈 올라오니, 결국 스스로 고생을 선택한 것이리라…. 게다가 숙소를 고르는 것만큼 이동 편 선정에 치밀하게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 덕에, 나는 스스로와 가족들에게 심장이 오그라드는 쫄깃함과 공포, 자책을 동시에 선사하는 놀라운 경험을 남겼다.
바르셀로나에서 말라가까지 이동은 불편함이 없었다. 오전 11:50 기차는 지연 없이 출발했고 간식을 먹을 수 있는 Snack Bar 열차칸이 바로 옆에 있었고 아직 여행 3일 차라 모두가 들떠 있었다. 바르셀로나에서 출발해, 마드리드를 거쳐 말라가가 종착지인 이 열차를 타고 있으면 서울에 있는 젊은 친구들이 여름휴가를 위해 부산이나 강릉으로 놀러 가는 듯한 묘한 열기와 즐거움에 기차칸이 들떠있다.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유럽에서는 대표 남부 휴양지의 뽑히는 말라가가 종착역이라 그런 것이리라. 남자, 여자친구들이 무리를 지어 깔깔거리며 웃고 앉아 떠드는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20대 때 친구들과 여행 다니던 시절이 생각이 난다. 그러다 분홍색 샤 스커트를 입고 곱게 화장을 한 수염 있는 덩치 큰 남자와 눈이 마주치자 나도 모르게 눈을 거둔다. “엄마! 저기 봤어?” 둘째가 귀에 대고 속삭인다. “아마, 친구들과의 내기에 져서 분장하고 있는 게 아닐까?”내가 속삭이며 답을 하니, 아이가 오히려 심드렁하게 이야기한다. “취향일 수도 있잖아.” 아이의 대답에 부부가 눈이 마주친다. 내 아이는 나보다 조금 더 인류의 Diversity 다양성에 열려있구나 … 차창밖으로 와인농장과 암석들이 지나가고, 날이 상쾌하니 기차여행의 낭만이 충분했다. 게다가 바르셀로나에서 여행하느라 지쳐 읽지 못한 책도 햇살을 받으며 조용히 즐길 수 있다니! 여행 3일 차에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었다. 바르셀로나 산츠 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예정된 오후 5:40분, 말라가 잠브라노역에 살포시 도착했다. 예상과 달리 세련된 대형 쇼핑몰과 연결된 잠브라노역 안으로는 비린내 없이 소금기만 먹은 더운 바다향이 밀려들어온다. 음 ~ 말라가 냄새!!!
평온했던 하행과 달리 말라가에서 모든 일정을 마치고 바르셀로나로 복귀하는 상행선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아이들의 Summer Camp가 마치자마자 예약해 둔 택시를 타고 기차 출발 1시간 전 역에 도착했다. 여유 있게 쇼핑몰에 있는 KFC에서 점심을 먹고 30분을 남겨놓고 플랫폼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마드리드행 기차의 플랫폼이 정해지지 않았고 우리가 타고 갈 iryo 기차도 보이지 않는다. 답답해하는 우리와 달리 현지인들은 바닥에 앉아 여유 있게 플랫폼과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지연과 연착은 아주 익숙하기라도 한 듯, 그 어떤 동요도 보이지 않는다. 출발시간인 오후 3시 30분이 되어서야 빈 플랫폼에 기차가 들어온다. 아…. 이 기차가 늦게 도착한 녀석이구나. 사람들은 줄을 서기 시작했지만 승무원들에 의해 입장은 막혀있다. 천천히 마드리드에서 들어온 승객들이 하차하기 시작했지만 기차 클리닝 때문인지 승차는 아직 막혀있다. 그렇게 출발 예정시간 40분을 지나서야 우리는 객실에 들어설 수 있었고, 그로부터 10분이 지나서 기차는 출발했다. 모두가 평온하게 아무런 컴플레인 없이 기차에 앉아 눈을 감는다.
문제는 내가 현지의 교통편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기차예약 앱에서 추천해 준 데로 표를 예약한데 있었다. 처음 예약 당시 마드리드에서 바르셀로나행 기차로 갈아타는데 주어진 시간은 45분이었는데, 지연과 연착을 고려하지 않았고 마드리드역이 얼마나 큰 지에 대한 사전 정보도 찾아보지 않았다. 그냥 서울역이나 대전역쯤 되겠지 생각하고 45분의 환승 시간은 아주 충분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결제를 했다. 하지만 이미 50분이 지나서 말라가를 떠난 열차이다 보니 마드리드에서 출발하는 기차도 지연출발을 하는 행운을 바라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마드리드행 기차를 타자마자 예매한 앱을 열어서 다음 기차표를 취소하고 변경할 수 있는지 확인을 했지만 장장 6개월 전 항공편과 함께 예약한 티켓의 가격이 특가였던 탓에 다른 표로 바꿀 수가 없었다. iryo의 승무원에게 이 상황을 이야기했지만, 그들은 표를 한참 본 뒤 마드리드에서 바르셀로나행 열차는 iryo가 아닌 국영기업 소유라 iryo에서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한다. What? 그렇다면 국영열차도 iryo의 지연으로 못 탄 것을 내가 어쩔 수 없다고 할게 뻔해 보였다.
이 와중에 고속열차는 중간에 서기를 두 번이나 반복하며 마드리드역에 도착예정시간 57분이 지나고, 바르셀로나행 열차가 떠난 지 12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이제 자연스러운 환승은 포기했지만 문제는 저녁 7시가 넘은 지금 바르셀로나행 기차표를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 앱으로 표는 3시간 이후 표만 확인할 수 있었고 가격도 상당히 비쌌다. 챗 지피티의 도움을 받아 스페인어로 길을 물어물어 iryo 고객센터로 달려갔지만, iryo에서는 차갑게 1시간 이내 지연출발과 도착에는 환불하지 않는다는 그들의 정책을 보여주며 보상이 어렵다고 한다. 3분 차이라고!!! 몇 번을 클레임을 걸었지만 이미 고객센터에는 그런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기에 그들은 끝까지 냉정했다. 유럽에서 1시간 이내에 환승을 예약한 네 잘못이라는 답변으로 내 탓이라는 확인사살만 하고 말았다. 이미 시간은 10분이 더 지났다. 아이들과 남편은 너무나도 큰 마드리드 기차역 한가운데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고, 나는 그들을 데리고 어떡하든 바르셀로나로 오늘 밤 올라가야 한다.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표를 예매하는 것은 또 시간을 낭비하는 것일 테니 결국 미운 iryo 지만 티켓을 구매하기로 한다. 마침 가족칸에 자리가 있다. 그리고 다시 약 40만 원의 비용을 요구한다. 하…. 6개월 전에 바르셀로나-말라가 왕복으로 56만 원에 예매했는데, 전체의 1/4구간을 40만 원을 더 내고 가야 한다. 비굴하지만 한번 더 묻는다.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 이 상황을 봐서 할인해 줄 수 없냐고… 그리고 다시 냉정한 대답을 받는다. 안된다고 ㅎㅎ
직원은 느릿느릿 가족들의 여권번호와 이름을 확인하며 티켓을 발권해 줬고, 내 손에 쥐어주며 이야기한다. 35분 뒤에 출발하는 기차인데 20분 전에는 검색대를 통과하셔야 해요. 앜ㅋㅋㅋㅋ iryo 고객센터까지 어떻게 왔더라? 도착해서 알았지만 마드리드 아토차 역은 출발과 도착 플랫폼이 다르고 총 3가지 종류의 기차와 지하철이 통과하는 스페인에서 가장 큰 역이고 건물이 3개가 이어져 만들어져 있어서, 내가 지금 어디 건물인지도 헷갈리는 상황이었다. 중간에 길을 물어본다고 잡고 이야기한 직원만 세명…. 기억을 더듬어 최대한 더듬어서 길을 거슬러 간다. 긴급함이 더해져서 인지 직원들이 안내해 준 말들이 기억에 콕 박혀서 거꾸로 길을 찾아가는 초능력을 발휘한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의 영어 질문에 스페인어로 대답한 그들의 말을 이해하고 길을 찾고 잊지 않고 돌아갔던 것 자체가 미스터리다. 그렇게 약 500m를 뛰고 몇 번을 구부려 돌아서, 계단을 뛰어 오른 뒤에야 가족들과 조우했다. 뛰면서 생각한다. 그동안 연습한 달리기 덕을 보는군…. 엄마가 표를 구했다고 만세 포즈를 취하며 웃으며 뛰어가니, 얼어 있던 아이들이 달려와 안기며 코를 훌쩍인다. 모두가 무서웠던 30여분이었다. 남편은 멀리서 달려오는 부인의 표정을 보고 순간 핸드폰을 켜서 그 긴박한 순간을 찍어두었다. 다행히 가족들이 기다리던 장소가 출발 기차 검색대 근처였기에 무사히 기차에 오를 수 있었다. 자리에 앉고 나서야 허기가 지고 목이 말라온다.
마드리드에서 8시에 출발한 기차는 노을이 장관이었다. 주황색 노을은 다시 붉은 와인색이 되었고, 완전히 어둠이 내리는 9시 30분까지 창안으로 슬며시 비집고 들어왔다. 남편과 그제야 맥주 한 캔 씩 하며 노을을 바라보는데, 여행이 끝나가는 아쉬움 때문인지 예매에 신중하지 못했던 나의 멍청함 때문인지 아직도 긴장이 다 풀리지 않은 아이들을 보고 있어서였는지…. 그냥 너무 쓸쓸해졌다. 남편은 흘깃 나를 바라보더니 아이들이 듣도록 크게 말한다. “난 정말 네가 평소에도 그랬지만, 혼자 티켓을 구해오겠다며 뛰어갔다가 해결했다고 달려올 때 진짜 대단하다고 느꼈어. 난 길도 못 찾고, 난처한 상황이 생기면 머리도 복잡해지고, 너처럼 빨리 티켓을 구해오지 못했을 거야. 너 안 오고 있을 때 난 티켓 못 구할까 봐 마드리드 숙소 검색하고 있었어.” 그러니 눈치 좋은 아이들이 아빠를 거든다. “맞아, 난 진짜 엄마가 대단한 거 같아!”
그래 땡큐다
오늘 마드리드역 사태를 기억해 보니, 다시 긴장감이 올라오고 심장이 쫀득해진다. 그래서 또 하나의 이슈였던 그라나다행 버스 사건을 이야기할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아, 그라나다 여행 편에서 스페인 버스 여행의 고난은 다음으로 넘기겠다.
또 여행계획을 세울 미래의 나에게…. ‘교통편도 숙소만큼 신중하게 선택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