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6. 취미생활 할 시간이 언제 생겨요? 그리고 뭐부터 해야 할까요?
저도 다양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보면 그게 항상 신기한 부분이었어요. 미혼일 때조차도 일하고 집에 오면 쓰러지는 것이 일상이었고, 결혼 후에는 아이들 끼니 챙기고 숙제 봐주고 뒷정리하고 나면 한밤중인데….. 아이 재우며 내가 먼저 잠들기 일쑤인데, 운동을 한다고? 주말에 돌아서면 밥 이야기 하는 사람들, 삼시세끼 챙겨 먹이고 청소라도 할라치면 하루가 다 가는데 취미 생활을 한다고? 두 아이를 키우며 취미 생활이라는 영역은 내가 모르는 신비로운 혜택을 받은 사람들만 가능한 것이라 오랜 시간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 글로 적는데도 밥 노이로제에 걸릴 거 같아, 잠시 옆길로 빠져 이 이야기 먼저 하고 돌아갈게요. 어떻게 우리 엄마들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가 ‘밥’이 되어버린 거죠? 사실 저도 결혼하기 전까지는 먹는 걸 좋아했는데, 가족의 식사를 챙기는 것이 저의 의무가 된 이후로 아무 죄가 없는 ‘밥’이 너무 미워졌어요. 식사준비에 한 시간, 밥 먹고 치우는데 한 시간, 설거지하는데 또 들어오는 질문 ’ 엄마, 점심 메뉴는 뭐예요?’ ‘여보 저녁에는 뭐 먹지?’ … 하…. 방금 먹고 치웠다고!!!! 구내식당 메뉴가 별로라는 동료들이 있지만, 저는 전혀 불만이 없어요. 집에서 매끼 하다 보면 그게 뭐든 다른 사람이 해주는 밥이 가장 훌륭한 식사니 까요 ….. 그저, 얼른 균형 잡힌 알약 한알로 식사를 대신하는 세상이 오기를 격하게 바라봅니다. (근데 그런 세상이 오기 전에, ‘엄마’ 무한 루프가 끝날 것 같기도 하고 ….. 그때 되면 먹는 재미가 살아날 것 같기도 하고….)
아이들이 어릴 때 어쩌다 운동 한번 해보겠다고 ‘뽀로로’ 틀어주고 베란다에 가서 실내자전거를 타면 5분이 채 되지 않아 엄마를 찾아 대는 통에 몇 번의 시도를 하다가 운동을 포기하기를 여러 번이었기에, 이런 질문을 하는 여러분들의 의지와 달리 스스로에게 시간을 쓰기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저 또한 큰 아이가 9살, 둘째 아이가 5살이 되어 30분 이상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하고서야 뭐라도 시도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이대로 보내는 시간에 조바심을 내는 분들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나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시기가 곧 올 거라고.
근데, 아이들이 조금 더 크더라도 오랜 시간 집을 비우는 것은 쉬운 선택은 아니었어요. 야근과 회식도 있는데, 주 3회 이상 하루 1~2시간 무언가를 배우러 가는 시간을 만들기는 쉽지 않더군요. 욕심부리지 말고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 그렇게 저는 긴 고민 끝에 독서와 러닝을 시작했어요. 독서는 집을 비우지 않고 틈날 때마다 시도할 수 있고, 거실 중간에 앉아 아이들에게 반응해 가며 실천하기 좋은 취미였고, 러닝은 장소이동과 예약의 필요 없이 현관문을 나서 돌아올 때까지 하루 딱 20~30분의 시간을 쓰며 강도 있게 할 수 있어서 효율성 면에서 저에겐 최선의 운동이었어요.
문제는 혼자 하는 취미의 경우 강제화 되지 않다 보니 자신과 타협하기도 쉬웠고, 어영부영하다가는 일주일에 하루 실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나름의 방법을 찾은 것이, 독서는 온라인 독서모임에 가입하여 매일 독서 인증을 하면서 강제화했고, 운동은 귀찮아서 안 나갈까 봐 집에 오면 바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집안일을 하다가 요때다 싶은 타이밍이 보이면 바로 튀어나갔어요. 그러다 한참 재미가 붙은 어느 기간은 저녁에 회식이나 야근으로 취미생활을 못하게 될까 봐, 가족들이 모두 자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저녁의 활동을 미리 당겨하는 초인적인 에너지가 발휘하기도 했어요. 태생이 올빼미인 제가 새벽 독서와 러닝을 하고 출근을 하다니! 그런 날에는 새벽에 무언가를 해냈다는 사실에 스스로에게 감동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 감동은 또 다른 원동력이 되어 제 하루를 조금 더 생산적이게 만들어주었고요. (요즘은 다시 올빼미 중입니다만 ㅎㅎ 또 설레는 새로운 것이 나오면 새벽에도 움직이겠죠?)
루틴화 된 이 활동들을 하기 위해 저의 새벽과 밤은 낮 시간만큼이나 바쁩니다. 시간에 쫓겨 하나씩 해내다 보면 내가 어쩌자고 이렇게 나를 힘들게 만드나 현타가 오는 순간도 물론 있어요. 취미를 일처럼 한다고 가족들은 핀잔을 줍니다. 그래도 40이 넘게 함께한 저라는 사람이 스스로에 대한 뿌듯함을 느껴야 정신의 배터리가 충전되는 사람이라는 걸, 제가 너무 잘 알기에 이젠 쉽게 멈출 수가 없더라고요. 물론, 어느 날은 일이나 개인사에 치이고 감정이 소진되어 천장만 바라보며 쉬는 날도 있어요. (고백하자면 일주일이 될 수도 있어요) 그때는 가볍게 쉬어가면 됩니다. 뭐 어때요 그야말로 취미생활이니까요.
무엇을 취미생활로 해야 하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건 개인의 성향이라 제가 답변할 것은 안되더라고요. 자신이 관심 있는 것 중에서 시간을 정기적으로 낼 수 있는 아이템으로 정하라는 추천 밖에는 못하겠어요. 천천히, 하는 것에 대한 상상만으로도 설레는 아이템을 꼭 찾으시길 바라봅니다. 그리고, 사람의 에너지는 한계가 있다 보니 다양한 욕심이 나더라도 한 번에 하나만 시작해 보길 권합니다. 저도 독서먼저 시작하고 1년 반이 지나서 러닝을 추가할 수 있었거든요. 요즘은 또 이렇게 글쓰기를 취미로 넣어서 지금 회사 점심시간을 쪼개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매일이 아니어도 되니 10분 씩이라도 짬을 만들어 무거운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자신만의 관심사에 빠져드는 기쁨을 여러분도 만드시길 두 손 모아 응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