져서 이렇게 기뻤던 적이 있을까. 지난 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승자를 두고 지인들끼리 내기를 했다. 당시만 해도 코로나19 창궐 전.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에 걸었다. 그가 당선되길 바래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현실일 거라고 봐서다. 그리고 지난 7일, 나는 내기에 졌다. 할렐루야!
뉴욕타임스 온라인판 톱기사 as of 11월8일.
지난 4년은 가르쳐줬다. 미국이 없어도 세상은 돌아간다. But 미국의 지도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개선 아닌 개악의 방향으로. 특정 시간이면 쏟아지는 그의 트윗 때문에 핸드폰 배터리는 조로했다. 트럼프의 승복 연설(concession speech, 하긴 할까ㅠ)이 끝나는 순간, 바로 팔로우를 끊어버릴 작정이다. 떨릴 정도로 기대되네.
미국은 무조건적 숭배 또는 경멸의 대상이면 안 된다. 대한민국 국익을 위한 활용의 대상이다. 친미도 반미도 밥 먹여 주지 않는다. 용미만이 살 길. 그래서 바이든의 귀환, 우리가 알던 미국의 컴백이 반갑다. 각종 SNS에 가입해둔 뉴욕타임스(NYT) 등의 커뮤니티엔 샴페인을 터뜨리는 사진이며, 이런 글귀가 넘친다.
“Welcome back, America!”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 페이스북 캡쳐♡♡♡
미국 정치의 꽃은 연설이다. 그래서 찾아봤다. 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연설 전문. 글자 수를 카운트해봤더니 8547자에 달하는 장문이다. 가장 눈에 들어온 건 다음 문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분들에겐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오늘 밤 당신이 얼마나 실망했는지 나는 잘 압니다.
나도 수 차례 선거에 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 때가 아닐까요.
서로에게 날이 잔뜩 선 말은 자제할 때입니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서로의 말을 경청할 때입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 뜻에 반대하는 이들을 우리의 적으로 여기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적이 아닙니다. 우리는 같은 미국인입니다." (의역 있음)
원문:
And to those who voted for President Trump, I understand your disappointment tonight.
I’ve lost a couple of elections myself.
It’s time to put away the harsh rhetoric.
To lower the temperature.
To see each other again.
To listen to each other again.
To make progress, we must stop treating our opponents as our enemy. We are not enemies. We are Americans.)
이걸로 다했다. 다른 부분들도 훌륭하지만, 자기를 반대한 이들을 감싸 안겠다는 것, 이런 힐링의 메시지가 고프다. 트럼프 시대를 적폐로 규정하지 않는 모습. 설사 말뿐이라고 해도 이런 여유가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