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To All the Boys.’ 최근 공개된 3편의 부제는 ‘Always and Forever.’다.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라니.
마지막일 줄 알았던 사랑의 마지막을 겪고 있는 이들이 택할 법한 제목은 아니다. 게다가, 10대의 알콩달콩 심쿵 달달 Rom Com(romantic comedy, 로코)은 솜사탕같다. 다디달다 못해 결국엔 눈살이 살짝 찌푸려지는. 잠깐의 달콤한 순간이 지나면 솜사탕은 결국 손가락 끝 끈적한 시럽으로 질척일 뿐.
버겁다고 느끼는 건 나뿐? [넷플릭스]
하지만 인생에서 많은 일이 그러했듯, 내 생각이나 의견은 틀릴 때가 많았다.
영어에서 ‘내 하찮은 의견’이란 의미로 ‘my two cents’라는 말을 쓰는 데는 이유가 있는듯.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넷플릭스 덕에 그나마 뻗치기(하릴없이 취재원 기다리기)가 덜 힘들어요”라는 후배에게 “그게 뭔데”라고 묻고 있었고.
주지하듯, 이 작품은 소설이 원작이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인 제니 한(Jenny Han)이 쓴 동명 베스트셀러. 제니 한은 통통 튀는 게 매력인 인물이다. 아래는 트위터 계정.
한국계 작가가 쓴 작품이다 보니 주인공이 한복을 입어보거나 이번 편에선 아예 서울로 여행을 오는 장면이 있다. 이런 대사도 나옴.
“Korea is beyond anything I’ve imagined.”
“한국은 상상 그 이상이야.”뭘 상상한거니
NYT 인터뷰에서 라나 콘도르는 한국에서의 촬영에 대해 “장마철이었고 너무너무 더웠지만 그래도 신났다”라는 정도로만 답했다. 좀 힘이 들었던 모양.
개인적으론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에서 캐리의 남자친구 에이든 역을 맡았던 존 코벳이 등장해 깜놀. 역시 세월은 야속. 포용력 있고 순수하고 자상한 남자친구 대신, 코벳은 이 영화에서 머리 희끗 아버지 역할을 맡고 있었다. 캐리와 에이든의 가슴 미어지는 작별 신이 다시 보고 싶어지는 건 나만 그런가ㅠ
우리 에이든 흰머리 어쩔...ㅠ [넷플릭스]
그나저나. 영화는 참 예뻤다.
(아래 파란색 문단은 영화를 볼 계획이 있는데 아직 안 보신 분이면 넘겨 주세요^-^)
Rom Com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즉, 주인공 커플이 시련을 겪긴 해도 결국 극복한다는 식. Happily ever after,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인 해피엔딩이다. 아무래도 내 생각엔 둘이 1) 롱디(장거리) 연애를 하다 결국 헤어지거나 2) 결국 결혼은 해도 연애 아닌 생활과 일상에 치여 매일 싸우며 이혼 도장을 찍을까 말까 고민하거나 3) 이혼은 하고 싶어 죽겠지만 애 땜에 못할 것 같은데.
하지만 이렇게 비뚤어진 나도, 이렇게 쓰고 깨닫는다. 세상은 힘들고 사랑은 어려우니, 바로 이런 영화들이 필요한 거라고. 이렇게 예쁜 동화들마저 없다면 이 풍진 세상 어찌 버틸 수 있으리오.
에구 이쁜 것들. [넷플릭스]
그리고 깨닫는다. 나는 Rom Com이 싫었던 게 아니었다.
더 이상 Rom Com에 어울리지 못하는 나이가 된 것 같고, 사랑에 실패했으며 그래서 사랑할 자격이 없는 것 같고 새로운 사랑이 두려운 나 자신이 싫었을 뿐.
일 때문에 만났지만 좋아하는 걸 넘어 존경까지 하게 된 모 작가를 최근 인터뷰하러 갔다. 오랜만에 만난 그와의 인터뷰는 수다가 되어 150분을 넘겼고. 사랑이 지긋지긋하다는 내게 그는 싱긋 웃으며 이런 말을 툭 던졌다.
“에이, 또 (사랑)하실 거예요. 제가 그런 촉이 좀 좋거든. Trust me. 이왕이면 OO한 남자랑 하세요.”
마지막의 OO한 남자는 비밀. 그 말을 듣자마자 가슴이 다시 콩닥거렸으니 왠지 나만 알고 있고 싶다. 말하면 부정 탈 수도 있으니 :-)
실은 이 영화를 본 것도 이 인터뷰가 있던 밤이었다. 오랜만에 솜사탕 하나 먹어볼까, 하는 생각에.
보면서 깨달았다.
사랑이 지긋지긋하다는 건 말뿐.
깨지고 해지고 남루해도 사랑은 계속 고프다.
솜사탕 땜에 손이 끈적거리면 또 어때. 씻으면 그만이지. 끈적거릴까 두려워 솜사탕을 안 먹겠다는 건 미련한 심술일 뿐.
내사랑 미키(미켈레 모로네♡)도 신곡 'Beautiful' 홍보레터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사랑을 위한 준비가 됐든 아니든,
지금이 적기이건 아니건,
사랑은 언제나 옳으며 너가 항복할 때까지 널 쫓아갈거야."
이름 다 나오네ㅋㅋ
그래서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고맙다.
앞으로 사랑할 남자들에게도 미리, 고맙다.
사랑하고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란
없으므로.
By SJ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