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은 나에게 '존재 의미'를 만들어주고 있다
이 일의 어려움과 힘듦을 주변에 털어놓곤 했다.
그러면 돌아오는 말은 늘 비슷했다.
"퇴사해."
하지만 나는 그 말에 곧바로 행동하지 못했다.
이 일을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도 못하면서, 이상하게 쉽게 그만둘 수도 없었다.
돌이켜보면, 나에게 존재의 의미를 준 것은 업무 자체보다 사람이었다.
육아휴직에 들어간 이전 팀장님과 약 3년을 함께 일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나의 첫 사회 경험을 팀장님을 통해 배웠다.
나는 내 일에 책임을 느끼는 사람이었고, 그 모습을 신뢰해 주는 상사가 있었다.
그 신뢰가 있었기에 이 자리를 쉽게 놓지 못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처음 입사했을 때, 새로운 환경에 잘해보고 싶은 마음은 앞섰지만 업무를 배우는 속도는 느렸다.
그런 나에게 팀장님은 '대기만성'이라는 표현을 했다.
지금은 느릴 수 있지만, 이 시간들이 쌓이면 언젠가는 빛을 낼 거라고 말했다.
잘 해내지 않더라도 하나씩 노력하는 내 모습을 보며, 괜찮은 사람으로 바라봐 주었다.
내가 막히는 업무를 들고 가면 함께 고민해 주었고, 방향을 잡아주었다.
모두가 지쳐 보이는 날에도 "힘든 거 맞다"라고 먼저 말하며 팀을 다독여 주었다.
존경하는 상사와 함께 일할 수 있었다는 건 지금 생각해 보면 큰 운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런 경험을 하지 못했다면, 나는 훨씬 더 빨리 이 일을 그만두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 팀장님과 함께 일하던 팀원들은 놀랍게도 결이 비슷했다.
서로를 배려했고, 힘들 때는 함께 버텼고, 좋은 일이 생기면 진심으로 축하했다.
나는 그 환경 안에서 조금 더 편안하게 배워갈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며 사람이 바뀌고, 분위기도 달라졌다.
이제는 내가 아래의 선생님들과 함께 이 일을 이끌어가야 하는 위치에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이 자리에서 내가 느꼈던 존재의 의미를,
지금은 내가 헤매고 있는 선생님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이 일을 쉽게 놓지 못하고 있다.
당장 그만두기에는, 이 자리가 나에게 주는 의미가 분명히 있다.
나는 단순히 일을 해내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와 의미를 만들어 내는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