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고 말하기엔 아직 배우는 중입니다
나는 이 일을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싫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나는 이 일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알고 있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은 이렇다.
결과보다 과정에 몰입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작업에 빠져들며,
누가 보지 않더라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완성도를 추구하는 사람.
나는 그런 일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참여자와의 관계에서 감정적인 소모를 경험했고,
하나를 마치기도 전에 새로운 업무 지시가 이어졌으며,
숨 돌릴 틈 없이 일이 쌓였다.
나는 그렇게 조금씩 소진되었다.
멈추고 싶었지만 쉽게 멈출 수는 없었다.
그 시간을 떠올리면 그저 애쓰고 있었던 나를 다독여주고 싶다.
열심히 해보려 했고, 그 자리를 지키려 했던 나를 생각하면
안쓰러운 마음이 먼저 든다.
그래서 다시 묻게 된다.
그렇다면 일을 사랑한다는 건 무엇일까.
이제는 이렇게 생각한다.
일을 사랑한다는 건, 나를 다 써버리며 매달리는 것이 아니다.
나를 잃지 않으면서도 이 자리에 남아 이어가는 태도에 가까운 것 아닐까.
평생 이 하나를 하겠다는 다짐이 아니다. 언제나 열정으로 가득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힘들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스치면서도 다시 이 자리에 앉아볼 수 있는 마음.
그 마음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어쩌면 사랑에 가까운 상태일지도 모른다.
일은 나의 전부가 아니다.
그러나 이 일을 하며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당장의 확신은 없지만, 하나씩 배우며 이어가고 있다.
아직 나는 이 일을 사랑한다고 말하진 못한다.
다만 예전처럼 나를 지워가며 하지는 않으려 한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일을 배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