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소모되는 일의 얼굴

'계속하기 위한 나'를 지키는 마음의 선택

by 나로서다

회사에서는 똑 부러지게 일을 하는 상담사로 보이지만

집에 돌아오면 나는 잠만 자는 아내가 되어 있었다.


씻지 못한 채 잠들어버린 날들이 수차례였다.

하루가 끝나면 몸이 먼저 무너졌고,

말 한마디 할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현장에서 보이지 않는 나의 얼굴은 늘 어두웠다.

웃으며 상담을 마쳤지만,

혼자 남는 순간에는 내려앉은 채로 감정이 없었다.


주말이 되어도 그 여파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회복되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침대에 누워 있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점점 더 소모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버티고 있는 걸까.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나에게 맞는 길이 보일 거라고 믿었다.

일을 계속하다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방향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일을 다 잘하려 애쓸수록

지쳐가는 건 결국 나 자신이었다.

밖에서는 강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지만

집에 돌아오면 남아 있는 에너지는 거의 없었다.




좋은 상담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참여자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내가 충분히 돕지 못한다고 느껴질 때면

그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더 애썼다.


주말에도, 야근에도

자기소개서를 한 문장 더 다듬어주고 싶었다.

그렇게 해야만 내가 이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안심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에너지 흐름은 점점 일에만 맞춰져 있었다.

삶의 중심이, 나의 모든 방향이 일이 되어 있었다.


힘든 순간을 지나며

이대로 괜찮을까는 물음이 계속 이어졌다.

나는 조금씩 일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이전처럼 미안한 마음으로 끝없이 무언가를 더 해주려 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 감정을 쏟는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고 느꼈다.


내 감정을 지키기 위한 선을 두는 것이

이 일을 계속하기 위해 필요한 선택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모든 일에 다 잘하려 애쓰지 않는다.

대신, 내가 지속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일하려 한다.


'잘하는 나'를 만들기 위해 애쓰기보다

'계속하고자 하는 나'를 지키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