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안고 길을 다시 걷다
국민취업지원제도 상담 일을 시작하게 되면 정말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게 된다. 이 업계에서는 "국취 경력이 있다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국민취업지원제도 직업상담사의 업무>
진행 참여자 상담 - 진로설계, 취업장애요인 파악 및 방향설정, 상담일지 작성
구직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일경험, 집단상담, 직업훈련 등) 연계
이력서/자기소개서 첨삭, 면접 클리닉
채용정보 제공 및 취업알선 - 구인처 연락
지원금 지급 관련 서류 검토 및 관리
지역 내 홍보활동(아파트, 훈련기관, 대학교) - 홍보물 제작 및 배포, 설명회
성과관리(취업률, 알선 등) - 월별 / 분기별 실적 파악 내부관리
민원 대응
지점 내 특강 기획 및 운영
각종 공문 작성 및 매년 점검 대비
이 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세부 행정, 시스템 관리, 보고 체계 유지 등 절차상 필요한 업무들이 수시로 생겨난다. 시간이 흐를수록 연차가 쌓이고, 더 많은 역할과 책임을 요구받는다.
사업 상 국민취업지원제도 상담사는 '정규직'이다. 이는 분명 안정적인 조건이다. 매년 사업비는 줄어들고 있지만 정부 정책에 따라 유사한 사업이 계속 추진되기 때문에 국취 상담사 수가 줄어들어도 다른 사업에 투입될 수 있는 구조다.
그렇게 눈앞의 일들을 쳐내다 보니 어느새 2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해마다 맡는 일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결국 '비슷한 흐름 속의 변화'라는 느낌을 받는다. 최근 몇 개월은 ‘상담의 방향성’보다 ‘주어진 업무를 하나씩 처리하는 데’ 더 집중하고 있는 나를 자주 마주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성장도 있었다. 처음엔 자신 없던 업무들을 하나씩 해내며 자신감을 얻었고, 참여자들과 신뢰를 쌓아가며 상담사이자 사람으로서의 자존감도 높아졌다. 익숙한 일을 잘 해낸다는 건 분명 안정감을 준다. 두렵던 일들이 시간이 지나며 익숙한 일로 자리 잡았고, 그로 인해 업무 효능감도 생겨났다.
하지만 계속 반복 속에서 내면은 점차 침묵하기 시작했다. '해야 할 일을 해내는 나'는 있지만, '성장하고 있는 나'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본질은 '국민취업지원제도 상담'이다. 이 일을 계속하게 되면 결국 이 구조 안에만 머물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의 깊이보다는 숙련만 더해지고 있다는 감각이 커진다.
'나는 이 일을 5년, 10년 뒤에도 계속하고 싶을까.'
'나만의 전문성이 계속 쌓이고 있는 걸까.'
이러한 질문들은 어느새 내 안에서 반복된다. 익숙함은 때로 무뎌짐을 만들고, 그 무뎌짐은 커리어 방향의 상실로 이어진다. 지금 나는 나름대로 인정을 받고 있으며, 이 조직 안에서 '필요한 사람'으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자리에만 머무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점점 더 선명해진다.
새로운 분야로의 전환은 두렵고 낯설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아무리 고민해도 새로운 답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나는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다. 이직은 단지 안정성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방향을 다시 그려가는 선택이라 여긴다. 멈춰 있는 길 위에서 나는 다시 걷기로 한다.
성장을 향한 길은 익숙함 뒤에 숨어 있다. 나는 이제 한 걸음 내딛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