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힘들 때 부여잡던 책이 몇 권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등. (이문열 삼국지나 무협지도 참 많이 봤고 심리학 서적도 쌓아놓고 읽었다. 그땐.. 그랬다.)
작가 허지웅에게는 니체가 있었다. 그의 글을 읽으며 처음에는 감탄했고 후반부를 읽을 때는 마음으로 울었다. 진짜 인생을 맛본 자의 통찰이 들어있었다. 영원회귀(동일한 것의 영원한 반복)와 아모르파티(네 운명을 사랑하라)를 언급하며 내 삶이 영원히 반복되더라도 좋을 만큼 제대로 바꾸며 극복하며 살자,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는 자기 삶을 향한 주체적인 긍정, 이라고 말한다.
"고통마저 긍정하고 사랑하며 운명을 바꾸어 나가는 삶이란 단 한 번의 각성이 아닌 끊임없는 다짐과 실천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끊임없이 생각-사고를 해야만 한다. 시키는 대로 주어진 대로 혹은 우리 편이 하라는 대로 따르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생각하고 의심하고 고민하는 태도만이 오직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꿔야 할 것을 구별할 수 있는 밝은 눈으로 이어진다."
"선한 의지는 묘한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옮겨간다."
"우리는 스스로를 구제하기 위해 싸우던 사람들이 서로를 돕기 시작하면서 작은 진전을 이루어나가는 마술 같은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연대만이 비관적 결말을 극복할 수 있다."
"언제 했는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오래된 선행들 때문에 구원받을 것이다."
"자기 객관화가 가능하도록 마음의 여유를 가능한 빨리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자신에게만 통하는 객관화의 방법이, 사건과 나를 분리시켜주는 방아쇠가 반드시 있다. 여러분은 그걸 찾아야 한다."
"피해의식과 결별하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기로 결심하라."
"자기 의지에 따라 살기로 결정하고 당장 지금 이 순간부터 자신의 시간을 살아내라. 오직 그것만이 우리 삶에 균형과 평온을 가져올 것이다."
혈액암의 일종인 악성 림프종을 진단 받고 죽을 것 같은 고통을 이겨냈지만, 만약 병이 재발한다면 절대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는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을 바꾸기 위한 글은 쓰지 않고 자신이 쓰고 싶은 글과 다른, 가난한 청년들이 자신처럼 살지 않도록 하는 글을 쓰겠다고 한다.
그동안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느끼고 공감하게 만드는 글이었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공동체 사람들의 삶을 걱정하며 연대를 강조하고 있었다.
나에게도 자신만의 객관화 방법(일종의 주문)이 있다. 바로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라는, 내게는 천금같이 소중한 문장이다. 가장 힘들 때, 신경이 끊어질 것 같고 숨을 못 쉴 것 같거나 가슴이 아파올 때(비유가 아닌 육체적으로 증상으로) 도 이 문장을 붙잡고 버텨냈다.
또한 요즘에는 '뇌해킹'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우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뇌를 해킹하여 심정적으로 긍정적 결말에 닿을 수 있다. (물론 물리적으로 움직이기도 해야 한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이 책에는 이런 식으로 마음이 많이 아파본 사람,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고민하고 공동체 사람들의 삶을 걱정하는 사람의 마음이 언급되어 있다. 또한 한나 아렌트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말한 대로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지 않는 것의 위험성도 말하고 있다.
자본에 모든 것이 매몰되어 버리는 시대에, 우리의 통찰을 깨워주는 책을 만난 것이 기뻤다. 공동체 사람들의 삶과, 나눔과 연대의 중요성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