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신간이 나왔다는 것을 yes24에서 보자마자 바로 클릭을 했다. 그리고 회사로 책이 왔는데 책이 너무 작고 얇아 깜짝 놀랐다. 이것을 이런 형태로, 이런 정도의 가격으로 파는 것인가, 하고.
하지만 유명 작가의 책이 소품집, 같은 형태로 나온다고 해서 비난할 수 있는 어떠한 근거도 없다. 다만, 좀 너무한 것 아닌가, 라는 느낌은 들지만.
작가(나의 청춘에 뼈에 사무칠 정도로 새겨져 있는 )가 아버지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연민과 안타까움과 죄책감으로, 나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 그의 작품을 접할 때부터 그런 감각은 있었는데, 약간은 삐딱하고 고집스러운 부분은 아버지와 절연한 죄책감에서 나왔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아버지가 겪은 전쟁으로 인한 상흔을 잘 그려 내고 있는 책이고,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쓰여진 글이다. 지금까지의 에세이와는 완전히 결을 달리한 문장이어서(그의 소설, [태엽 감는새]를 생각나게 한다) 그런 분위기를 기대하고 읽지 않는 편이 좋다. 처음과 마지막을 고양이에 관한 일화로 마무리함으로써 어떤 형식을 취하고 싶은지는 알겠으나, 하루키답지 않게 너무 멋을 부렸다. (하루키다운 건가?)
지금 하루키님의 나이를 생각하면 이 정도의 문장을 써내 주어서 다시 한번 우리를자극해 주신 것에는 너무 감사드린다. 또한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인간의 삶을 흔들 수 있는지, 우리라는 존재가 얼마나 찰나적이고 우연의 산물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꽤나 오랜만에 무거운 문장을 만나본 것도 신선했다. 95퍼센트의 실용서와 5퍼센트의 가벼운 에세이가 요즘 나의 독서 목록이었으니 말이다. 미뤄왔던 돌아보기와 의미 찾기를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하루키님은 나에게는 강아지가 배고플 때 핥는 뼈다귀, 와 같은 존재였다.(과거형이다)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 (약간의 비난으로 시작하여 감사로 끝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