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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도리진 Aug 27. 2022

독자님들의 마음에는 바람이 통하고 있나요?

아아,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한 2~3주 걸린 것 같습니다.

이렇게 오래 동안 죽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괴로웠던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었습니다.

계속 계속 본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어떻게 하면 바람이 통할 수 있을지 궁리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일단은 제가 납득할 수 없는 일을 상황에 맞춰서 해야 하는 것이 너무 싫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드라마 <마을 차차차>에서 치과의사 신민아가 자기 환자의 원래 치아를 살리고 싶은데, 원장님은 병원의 돈벌이를 위해서 그걸 허용하지 않고 임플란트를 강요합니다. 결국 신민아는 사표를 던지고 시골 바닷가 마을에서 개업을 하게 되지요.


요즈음의 제 심정이 딱 그러했습니다.

물론 브런치에는 마음의 버튼을 눌러서 기분을 조절하겠다고 했지만, 사실 그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면 이 세상 속 사람들이 그렇게 힘들어하지는 않겠지요.


또한, 회사 일과 더불어 사회복지사 공부와 운전 연수까지.. 저희 영어샘은 제가 욕심이 너무 과하다고 하더라구요. 힘들 수밖에 없다구요. 게다가 신랑과 시어머님이 아파서 병원에 좀 다니게 되었는데, 정말 너무 울고 싶었습니다. 남편은 결혼 초에 몇 년간 병원에 엄청 드나들었습니다. 예전 기억이 떠오르면서 또 그렇게 살아야 한다면(그때는 남편과 친정어머님 케어에 좀 힘들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간다면 어쩌지?, 라는 생각에 무척 놀랐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직업적으로도 전환의 시기가 된 것 같아 이것저것 탐색하고 생각하다보니, 머리가 터질 것 같았습니다. 역시 욕심이 너무 많고, 감사할 줄 모르는 마음이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 또한 저이고, 제 인생의 가능성과 방향을 탐색하는 작업이었기에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운전을 할 수 있게 되고,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게 되고, 인터넷 사업을 하고, 다른 직업의 기반을 닦아 놓는 일은 저에게는 도전이지만 힘들어도 그만둘 수 없는 일들이었습니다(이 일들을 다 해냈다는 것은 아니고 이제 시작입니다. 지난번의 실패를 발판삼아 다시요). 그런 상황에서 식구들이 아프게 되니 눈앞이 노래졌던 것이지요.


그래도 어제부터 다시 마음에 바람이 조금씩 통하기 시작하더니, 오늘은 완전히 제 페이스를 찾았습니다. 상황은 그닥 변한 것이 없지만, 인간은 어떻게든 살아가기 마련이니까요. 심정적으로 바람만 통한다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나 봅니다. 다만 더 힘든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갈 생각입니다.


제가 브런치에 이렇게 넋두리를 늘어놓는 것은, 제 마음을 정리해봄과 더불어 혹시 지금 저처럼 삶에서 허덕이게 만드는 일을 만난 분들이 계시다면 조금쯤은 참고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여유를 갖고 주위를 둘러보고, 산책하고, 맛난 음식도 드시고, 새로운 장소에 가거나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환기를 하시기를 권유드립니다.


저는 몇 주간 그렇게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독자님들도 일정 시기가 지나면 그렇게 하시면서 자신의 길을 또 묵묵히 걸어가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냥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독자님들만 삶에 대해 고민하고 계신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가을을 느끼며, 삶에 대한 의지를 다져봅니다. 조금 더 삶에서 저의 재량이 늘어날 수 있는 길을 찾으려고 합니다. 어려워도 부딪혀보려고 합니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물론 안전망은 확보해두었습니다. 돌아갈 곳은 마련해 두었습니다.


가을이 오고 있으니, 뭔가 또 좋은 일이 생기겠지요. 우리 모두에게 즐거운 일이 일어나는 여름 끝이나 가을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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