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의 역설 (저자: 가나자와 사토시) 다시보기1
재출간 전(前) 제목: 지능의 사생활
진화심리학에서, 인간의 본성은 '진화에 의해 형성된 심리 메커니즘'이다. 하지만 그 메커니즘이 유효하게 작동하려면 아주 먼 옛날 조상들이 살았던 때와 같은 환경이어야만 한다. 즉, 인간의 심리적 적응 방식은 현재의 조건에 반드시 적합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자연스러운 것'은 진화 과정에서 그렇게 설계된 것이며, '부자연스러운 것'은 그렇게 되도록 설계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지능이 높은 사람은 가끔씩 부자연스러운 일을 한다.
진화심리학의 기본적 이론에는 '사바나 원칙'이 있다. 우리의 뇌는 조상들의 환경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나 상황은 잘 이해할 수 없고,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들이 석기시대의 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TV 속의 인물을 진짜 친구라 여기고, 포르노를 보면서 발기하는 것, 따돌림을 힘들어하는 것은 인간이 조상들의 환경에 없었던 일은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탓이다.
지능이란 IQ 테스트 측정 결과이며,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수치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피부색이나 신장과 같은 특징에 불과하며, 여기에 가치를 부여해서는 안된다.
책을 많이 읽기 때문에 지능이 높은 것이 아니라, 지능이 높기 때문에 책을 많이 읽고, 좋은 학교에 가서 좋은 교육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적응도가 높은 형질일 수록(생존과 번식에 중요한 것일수록) 유전율은 내려간다. 일반 지능의 유전율이 높다는 것은 일반 지능이 생존과 번식에 있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일반 지능이 현대 생활에서 중요해진 것은 단순히 현재의 환경이 진화의 역사로 보면 완전히 새로운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능이 높은 사람들의 잘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진화의 관점에서 새로운 문제에 한정된다. 반대로 일상적인 문제에서는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약할 수 있다.
지능의 고저는 학업, 고용, 범죄, 복지에 대한 의존, 예의 및 시민의식 등 인생의 거의 모든 면에서 성공에 영향을 끼쳐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결혼과 임신 및 육아는 예외적이다.
지능이 높은 사람일 수록 친구가 많지만, 이웃, 형제자매, 친족들과는 교류가 적다. 친족과 친하게 지내는 것은 진화적으로 익숙한 일이기 때문이다.
건강 유지와 체중 관리를 위해 운동을 하는 일 역시 새로운 일이다. 고로 지능이 높은 사람 쪽이 일상적이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할 것이다.
지능이 높은 사람일 수록 진화의 관점에서 새로운 기호와 가치관을 가지기 쉽기 때문에, 부자연스러운 기호와 가치관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진화의 역사에서 당연하고 익숙한 것인가, 새로운 것인가 하는 관점에 따라 지능이 높은 사람의 삶의 방식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래서 지능이 높은 사람일 수록 진보주의자일 가능성이 많으며(완전한 타인에게 자원을 나눠주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으므로), 평범한 문제를 다룰 때에도 지나치게 논리적이고 분석적으로 사고하여, 상식 밖의 어리석은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다.